현재 보유하고 있는 3400만명의 회원 가운데 1/3 정도만 카드회원으로 확보하더라도 카드업계 선두 주자인 LG·삼성카드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SK가 카드업에 진출할 경우 최소한 업계 3위 자리를 확보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으며, 이동통신과 신용카드 기능이 통합된 'e-커머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인다면 업계 1위 자리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진완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의 카드업 진출은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 온데다 SKT와 OK 캐시백 인프라를 이용할 경우 업계 3위까지 도약할 전망"이라며 "생활과 가장 밀접한 주유와 이동통신 고객이라는 점, 모바일 결제로 발전 가능성 등을 감안한다면 업계 선두 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 어떤 업체 얼마나 타격 입을까?
SK의 카드업 진출로 모든 카드사들은 일정 부분 고객이탈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SK 정유와 제휴카드를 발급하고 있으며, SKT와 제휴한 모네타 카드, OK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까지 선보이고 있다. 결국 SK 카드업 진출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회사는 SK와 제휴관계가 깊은 카드사일 수밖에 없다.
현재 SK와 연관된 카드사별 제휴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카드의 모네타카드와 OK 캐시백 제휴카드 회원이 140만명, 외환카드 140만명, LG카드 60만명, 국민카드 50만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비씨카드 역시 SK정유 제휴카드 회원수가 250만명에 달하고 있어 회원 이탈이 예상된다.
특히 한미은행의 경우 모네타카드를 주력카드로 내세우고 있고 15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신세계 한미은행 카드 역시 OK 캐시백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각 카드사들의 신규 회원 증가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적게는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100만명 이상의 회원 이탈은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중위권 카드사와 후발업체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실제로 LG카드와 삼성카드가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갈 때 선두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한 것이 아니라 중하위권 카드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었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신한카드 후발주자 역시 경쟁 기반이 미약하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지적이다.
◆ SK의 경쟁력
SK가 카드업 진출을 자신하고 있는 것은 막대한 양의 회원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SKT 회원의 경우 통신요금 연체 유무를 통해 회원의 신용도를 파악할 수 있어 정보 가치가 대단히 높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신용카드 발급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어 일차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OK 캐시백 회원 역시 상당 부분 카드 회원으로 흡수할 수 있는 메리트가 존재한다. OK 캐시백 회원 가운데 3000포인트 이상을 적립한 회원이 1000만명에 달하고 있다는 점 역시 SK의 카드 사업 전망을 밝게 해 주는 요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회원들이 더 나은 서비스의 카드가 나오더라도 그동안 쌓여 있는 포인트 활용을 위해 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OK캐시백 회원의 경우 기존 포인트 활용을 위해 대거 신용카드 발급을 희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승창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포인트가 있다는 건 신용카드 교체 발급의 상당한 유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이유로 휴먼카드가 아닌 주 사용카드로 자리잡을 가능성 또한 높다"고 분석했다.
SK의 카드업 진출을 낙관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미래지향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SK텔레콤 은 e-커머스와 무선인터넷기술을 카드사업에 접목, 휴대폰에 신용카드 칩을 내장한 스마트카드(IC카드)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모바일카드의 경우 신용카드 보다 편의성과 범용성에서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이 또한 SK의 강점으로 손꼽힌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SK의 마케팅 능력에 많은 점수를 부여한다. 삼성·LG카드가 오늘날 위치를 차지하는데는 무엇보다도 마케팅 능력에서 앞서 있었기 때문이란 평가다.
◆ SK 정말 잘 될까
SK 카드업 성공 여부는 리스크 관리와 천문학적 초기 투자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철호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드업의 경우 성패는 리스크관리에 따라 좌우된다"며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는 일반 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이동통신요금 결제와 신용카드 요금 결제가 통합될 경우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한 고객이 소액의 이동통신 요금을 결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호 방화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SK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초기 투자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점이다. 기존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할 경우 이미 구축된 신용카드 결제망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SK가 말하는 휴대폰을 이용한 결제가 가능해 지려면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특히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은 모바일카드 사용 활성화의 전제 조건인 만큼 투자가 불가피하다.
2001년말 기준 신용카드 가맹점 수는 1262만7000여 개로 인프라 구축에만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가맹점이 자발적으로 고가의 모바일카드 조회기를 설치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일정 부분 지출이 불가피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10년 이상 노하우를 축적해 놓고 있다"며 "이를 하루 아침에 습득하기 힘든 만큼 상당기간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