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EF' 기업 경영에 혜성처럼 등장…활약 주목
외국 PEF와 겨루기엔 아직 역부족…규제 풀어야
국내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의 활약이 거세지고 있다.
기업에 대한 경영권 참여를 통해 사업구조 또는 지배구조 개선 방법으로 이용되던 토종 PEF가 적극적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으로 변하고 있다.
국내 토종 PEF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인수들 통해 거대한 차익을 얻고 '먹튀'를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경영권 인수 등에 참여함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M&A 시장 변화를 주도할지 주목된다.
최근에는 우리금융지주의 계열사 우리PE사모투자펀드주식회사는 STS반도체 전환사채(CB)를 확보했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140만9244주(8.55%)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우리PE의 투자자(LP, 유한책임사원)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의 경우도 PEF인 마르스 2호를 통해 4월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 지분 약 47.5%를 매입했고 레이크사이드CC의 윤대일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또 맥쿼리 PEF(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사모투자전문회사)는 지난해 12월 한진해운(주) 계열 한진터미널의 해외 법인 지분 인수에 거액을 투입해 화제가 됐다.
한편 KGI증권 인수에 나선 솔로몬 상호저축은행도 금감원 승인을 앞두고 있는 별도의 PEF를 활용할 예정이다.
올 들어서만 10곳의 새로운 PEF 등록 = 금감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등록된 PEF 수는 총 38개로 올 들어서만 마르스 제 2호, 미래에셋파트너스4호 등을 비롯해 총 10곳이 새로 등록되었다.
총 38개 중 3개 펀드를 제외한 35곳이 굴리는 총 출자약정액은 7조4137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2978억원에 비해 약 5조 원이나 늘어났다.
토종 PEF의 투자영역도 골프장, 외식업체 등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금감원은 올 초 "제조업이나 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하던 투자가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회사, 홈쇼핑 회사 및 대형 골프장 등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되면서 산업전반의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르스 2호는 국내의 유명 골프장인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의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면서 토종 PEF로서는 처음으로 골프장 경영권 인수에 뛰어들었고, 서울증권 및 서울자산운용의 '서울자산 1호'는 지난해 말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인 크라제버거를 인수했다.
수익률 올리거나 경영권 인수하거나 = 토종 PEF는 운용을 직접 맡아 담당하는 업무집행사원(GP)과 투자자(LP)의 성격에 따라 투자 운용 목적을 수익률 또는 경영권에 두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 인수 목적으로 PEF를 운용할 수 있는 업무집행사원이 나타나면서 운용자간의 차별화가 생겨 업무책임사원이 금융회사인 PEF는 대부분 재무적 투자위주로 운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외에서 PEF 및 이와 유사한 펀드 운용경험이 있는 업무책임사원을 보유한 PEF는 전략적 투자 위주로 운용하고 있다.
국내 첫 토종 PEF 1호인 미래에셋 1호가 지난 5일 2년 반만에 50%의 수익률을 올리며 투자자에게 7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은 업무집행사원으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라는 금융회사에 두어 재무적 투자를 활발하게 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반면 KTB자산운용의 PEF인 KTB-SB는 지난해 중앙상호저축은행의 지분 55%를 인수해 상호를 중앙부산상호저축은행으로 변경하는 등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 당시 KTB-SB에 서울대 발전기금이 투자자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외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에 불과 =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PEF를 통한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외국계 사모펀드의 국내 진출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토종 PEF는 아직 열세에 있다.
7월 말 기준으로 활동 중인 국내 PEF 중 출자 약정액이 5000억원을 넘는 곳은 MBK파트너스(1조원),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8249억원), 미래에셋3호(6110.1억원), 보고(5110억원) 등 4곳에 불과하다.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 사모 펀드의 출자 약정액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알 수 없다"면서도 "외국 사모 펀드의 상위 5%가 몇 백 억, 몇 천 억 달러를 가졌다고 하는데 그것과 우리나라 1조짜리 펀드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토종 PEF는 100억원 정도를 출자 약정액으로 해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여 외국 사모 펀드와 출자 목표 대상이 다름을 시사했다.
이런 이유로 토종 PEF가 외국계 사모펀드와 같은 위치에서 대한통운,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의 대어를 낚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토종 PEF 활성화를 위해 정책 당국이 규제 완화로 자금 조성 여건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3월 초 "국내 PE 산업은 PEF 운용사이클 4단계 중(자금모집→투자집행→기업가치제고→투자회수)의 제 3단계에 진입하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PEF의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해 SPC(투자목적회사)를 통한 해외 투자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