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장중에 배럴 당 80.18달러까지 상승, 지난 1983년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80달러선을 넘어섰으며 종가도 배럴 당 79.91달러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의 상승세는 전날 OPEC이 결정한 증산규모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미국의 원유재고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촉발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증가하고 있는 원유수요를 감안할 때 OPEC의 하루 50만배럴 증산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와중에 미국 원유재고마저 급감하면서 유가를 자극했다는 것이지만 미국의 원유재고가 연평균치에 비해 아직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지금처럼 급등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유가 상승세를 설명하기가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인 분석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공급부족을 우려할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같은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OPEC 회원국들이 이미 생산쿼터보다 하루에 근 100만배럴 정도를 더 생산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에 OPEC이 결정한 50만배럴 증산결정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 의문스럽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원유 수요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시기가 여름 휴가철이 아니라 난방유가 필요한 겨울철이라는 점, 주요 산유국들이 지정학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 허리케인 피해 가능성 등도 원유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원유재고가 연평균치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할 때는 오히려 줄어든 상태이며 특히 원유수요가 가장 많은 겨울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의 경제성장세를 볼 때 향후 수년간 국제적인 원유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올해 들어서만 원유시장에 1천억달러에 이르는 투기자금이 유입되는 등 투기적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달러화 약세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유가의 상승세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 경제전문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세계 원유생산이 한계점에 다다랐으며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석유업계는 이같은 주장을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업계의 주장을 믿는 선물거래인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WTI가 12일 장중에 80.1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인플레를 감안할 가격으로 환산하면 아직도 역대 최고치는 지난 1980년 초반에 기록한 배럴 당 38달러로 이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면 배럴 당 96달러에서 101달러 사이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