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신정아ㆍ정윤재씨 영장 기각을 둘러싸고 빚어진 법-검 갈등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법원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1일 오후 출입기자들과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건강하고 깨끗한 바람직한 사회로 가느냐는 문제에서 볼 때 구속은 판사의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과거에는 '당신 책임으로 하라'고 하니까 권한으로 착각하는 판사들도 있었다. 지금도 국민들에게 권한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법원장은 "(기본적으로는) 검찰이 수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면서 "예전에 내가 법조 3륜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한통속이 아니라는 취지이며, (법조 3륜이) 한통속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게 되면 법조 전체가 신뢰를 못 받기 때문에 한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믿을만하다는 말을 임기 말에 듣고 싶어 판사들 계속 만나고 그런다. 근데 듣고 나면 금세 원위치로 돌아간다"며 사법부의 권위주의적인 병폐를 꼬집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 아직 멀었다. 국민이 와서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당신들의 잔치'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건 나쁜 의미의 권한 행사다"라며 "덴마크에서는 담소하는 것처럼 재판을 하는데 이런 법원이 됐으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검 갈등은) 극단적으로 달려가면 국민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아니라 양식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며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해야 하는데 법원은 예전에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 잘하는데에만 초점이 있다. 시간이 지나야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이 일일이 지시하는 것처럼 언론에서 보도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외국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맹세코 취임 이후 한번도 구체적인 사건에 간섭한 적이 없다. 내 나름대로 영장 발부기준이 있지만 판사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부정부패 파헤치는 것을 법원이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사 관행은 그대로인데 검찰의 고통을 짐작하고 남는다"라며 "법원과 검찰의 갈등 시각에서 보면 문제가 풀리지 않고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면서 언론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내년부터 도입되는 배심재판과 관련, "일본 재판소가 수사중인 사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해서 언론이 반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언론에 다 보도되면 선입견을 줘 배심재판을 못하게 되는데 언론도 함께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로스쿨이 우리 시장만 보고 법률전문가를 양성하면 안된다. 지금이라도 한국 마인드를 갖고 영어를 잘하는 국제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키워야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