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형회계법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식평가업무의 수임비중이 높은 중소회계법인들은 수임건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책임소재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주식평가업무를 회피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일 회계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월말 '비상장주식 외부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상장기업과 회계법인에 배포했다.
금감원이 배포한 외부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사가 비상장주식을 양·수도할 경우 비상장사의 최근 2년간 재무현황을 반드시 기재해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신고서에는 비상장회사의 법인세·부가가치세납부현황을 포함시켜야 하며, 최근 2년간 비상장회사 주식이 발행 또는 거래가 있었을 경우 그 사실과 거래금액을 기재하도록 했다.
특히 회계법인 등 외부평가기관이 평가의견서를 기재할 때 '동 평가의 목적은 신고서 작성 및 첨부서류로 사용됨에 있다'는 사실을 기재하는 대신, 그외 책임을 부정하는 어떠한 문구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들은 지금까지 평가서에 기재해 왔던 '평가목적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책임회피 문구를 앞으로는 사용할 수 없게 돼 비상장회사의 주식가치 평가에 따라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의 위험에 처할수도 있게 됐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 당기순이익을 예측할 때 추정손익계산서가 바탕이 되는데 이 때 추정손익 자체를 높게 책정하면 주식가치가 올라가게 돼 기업 주식가치가 뻥튀기 되거나 이를 이용해 회사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해 왔다"며 "이에 대해 감독당국이 제재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수임리스크 커진 회계법인들
문제는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계법인들이 주식평가 업무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주식평가 업무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수임을 의뢰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
특히 기존에는 회계법인들이 미래 수익 측정시 기업의 추정손익계산서를 기업이 주는대로 그대로 인용하고 "이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했다", "평가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책임회피 문구를 사용해 왔으나 이제는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추정손익계산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한 중소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소형 회계법인이 주식평가업무 수임비중이 높다"며 "이제는 추정손익계산서도 정확히 보고 신고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수임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고 이에 따른 기업의 부담도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도 "주식평가업무자체가 리스크가 크고 잘 안 하려고 하는 업무인데 앞으로 더욱 더 선별해서 수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해 앞으로 기업들은 주식평가업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도 고민하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재 대형회계법인들의 주식평가업무 수임비중은 법인 전체수임건의 5%도 채 안되는데 더욱 줄게 될 전망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평가수임비중을 보이고 있는 중소회계법인 역시 수임료 증가에 따른 부담 등으로 기업들과의 눈치싸움이 불가피해 졌다.
□ 수임료 부담증가와 함께 회계법인 품질감리 대비도 필요
기업 주식평가업무가 이렇게 홀대 받고 있는 이유는 회계법인의 주요 업무인 외부감사나 세무업무나 다른 평가업무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임료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주식평가 업무의 회계법인 수임료는 건당 1000만원선이지만 유사한 기준의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경영자문이나 신용평가 등의 평가업무가 3000∼5000만원 정도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어 비용대비 효익이 적정치 못하다는 것이 회계법인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번 금감원의 주식평가 제재조치로 인해 회계법인들의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금감원의 회계법인 품질감리시 주식평가부분의 준비자료가 '깐깐'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빅4에 속하는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새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만큼 금감원의 회계법인품질감리시 주식평가부분에 대해서도 체크대상이 될 것"이라며 "자체 품질감리실에서도 이에 대한 상세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