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의 집에서 발견된 수표와 현금 60여억원을 최근 압수함에 따라 '괴자금'의 성격을 규명하는 일이 추가 수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박 관장의 미술관 공금 횡령 등과 무관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자금의 소유주와 출처, 조성 경위 등이 충분히 의심스럽고 범죄수익으로 추단할 수 있는 만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씨에 대한 신병 처리를 끝낸 뒤 찬찬히 돈의 성격을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수표 추적 등을 통해 이 뭉칫돈이 박 관장의 남편이자 전 쌍용그룹 회장인 김석원씨의 소유로 밝혀진다면 당연히 국고로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씨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200억원을 관리했다 이자까지 합쳐 298억원을 국가에 대신 갚아줘야 하는데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양회로부터 횡령한 310억원 또한 국가에 대한 빚이어서 그의 재산이 드러나는 족족 검찰이나 예금보험공사가 환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가 직접 맡았던 노씨의 비자금이나 쌍용양회로부터 횡령한 돈이 아니더라도 환수가 가능하고 그가 제3자에게 맡긴 차명재산이라는 점이 밝혀져도 민사소송 절차를 밟아 받아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노씨로부터 비자금 200억원을 받아 쌍용양회 주식 등을 매입해 관리하던 김씨는 검찰이 노씨의 비자금을 추징하면서 추심권을 행사하자 "비자금을 주식에 투자한 뒤 주가가 떨어져 손실분 만큼 변제 금액에서 빼야 하며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적기에 주식을 팔지 못한 손해도 입었다"며 버텼다.
이에 따라 검찰이 추심금 청구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01년 "노씨가 200억원을 맡길 때 적당히 관리하되 반환을 요구하는 시점에 은행금리 정도를 붙여 반환하라고 약정해 비자금 200억원과 이자(98억원 상당)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검찰은 김씨의 주식과 그가 차명으로 숨겨뒀던 재산을 가압류하고 일부는 처분해 국고에 귀속했으며 현재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노씨 비자금 등 각종 추징금 환수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가압류한 주식의 주가도 많이 오른데다 처분 중인 부동산까지 합하면 환수해야 할 액수보다 훨씬 많다"며 "대부분 제3자 명의로 돼 있어 처분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와 별도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그룹의 경영을 맡아 쌍용양회 자금 3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검 공적자금 비리 합동단속반에 의해 구속기소됐으며 지난해 3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이 확정됐고 올해 2월 사면ㆍ복권됐다.
따라서 예금보험공사도 그의 은닉재산에 대한 환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갚아야 하는 것은 추징금 자체가 아닌 대위부채이고, 검찰도 추심채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일반 채권 등과 비교해도 우선권이 없다"며 "박 관장의 자택에서 발견된 돈이 김씨의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과 예금보험공사가 모두 소유권을 주장하고 법원이 적절히 배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