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가 중앙청사와 건설교통부 기자실 철거를 강행한 가운데, 과천청사 내 9개 부처 출입기자들이 공동으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 9개 부처 출입기자단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 정치권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사송고실의 인터넷과 전화선을 끊는 조치를 강행했다"며 "국정홍보처의 일방적인 선진화 방안의 강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자단은 "중앙청사와 건설교통부 기자실의 폐쇄와 인터넷 차단을 규탄한다"며 "이번 조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언론의 감시기능을 말살시키는 반 민주적 폭거"라고 규정했다.
특히 기자단은 "기사송고실 통폐합 등 정부의 조치에 일선 기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정부의 선진화 방안이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니라 참여 정부의 감정적이고 그릇된 언론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며 "정보의 원활한 유통과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기자단은 이어 "중앙청사와 건교부 출입기자의 입장을 지지하고 투쟁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다"며 "참여정부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에는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환경부 등 9개 부처 출입기자들이 참여했다.
다음은 이날 과천청사 출입기자들이 낸 성명서 전문.
성 명 서
정부는 11일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 정치권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사송고실의 인터넷과 전화선을 끊는 조치를 강행했다.
기사송고실 통폐합 등 정부의 조치에 일선 기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정부의 선진화 방안이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니라 참여 정부의 감정적이고 그릇된 언론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막판에 언론에 타살당했다. 나는 송장이 안되고 떳떳이 걸어나가겠다."는 말로 언론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실제 국정홍보처는 당초 엠바고를 독단적으로 정하고 제재도 일방적으로 가하려 했다.기자들의 출입 여부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뒤늦게 철회했으나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려는 의도였다.
국정홍보처는 기자들에게 정부 자료에 의존하지 말고 현장에서 발로 뛰라고 충고까지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취재 현실을 무시할 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를 모독하는 행위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보 접근과 공개가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우리 공직사회는 편한 것만 알리고 불리한 것은 감추기에 급급하다. 현장에서 발로 뛸 대상은 기자가 아니라 오히려 참여 정부이다.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만들기 보다 민생을 살피고 산업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언론이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반대하는 것은 기사송고실 통폐합 등 단순한 하드웨어 측면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다. 정보의 원활한 유통과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다.
언론의 선진화는 언론사나 취재기자만 변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정부와 정책을 입안하고 핵심 정보들을 독점하다시피 한 공직사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 정부가 기자들을 무작정 내몰 게 아니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의지와 정보 접근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
선진화 방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면 정부와 언론간의 건전한 긴장관계 조성은 요원하다. 정부와 언론이 불협화음을 빚으면 그 피해는 언론사나 정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하면서 국민 전체로 퍼지게 된다.
우리는 국정홍보처의 일방적인 선진화 방안의 강요에 반대하고 중앙청사와 건설교통부 기자실의 폐쇄와 인터넷 차단을 규탄한다. 또한 이번 조치가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언론의 감시기능을 말살시키는 ‘반 민주적 폭거’라고 규정한다.
우리는 중앙청사와 건교부 출입기자의 입장을 지지하고 투쟁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다. 앞으로의 사태를 예의주시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동 대응할 것을 천명한다. 정부가 기자실 철거를 강행한 데 따른 사태와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밝혀 둔다. 참여정부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환경부 출입기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