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3046명의 명단 공개 고액체납자들이 내지 않은 세금의 액수는 얼마일까. 무려 13조9743억원이다. 대선공약의 핵심으로 다뤄지고 있는 유류세를 아예 1년 동안 폐지해도 충분할 만한 액수다.
명단 공개 고액체납자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역시나' 정태수 前한보그룹 회장과 정보근 前한보철강공업 대표 부자다. 이들 부자는 최근 2, 3년간 고액체납자 명단 공개시 체납액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이들 두 명이 체납한 세금만 2870억원. 이들 부자는 현재 며느리 명의로 임차된 한남동 소재 주택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행정상 '체납'이란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경제상황의 복잡성이 가중될 수록 체납이란 것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세무관청에서 체납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오죽이나 했으면 신상명세서를 낱낱이 공개, '공개망신'을 주는 방식을 택했겠는가 말이다. 망신당한 만큼 세금을 후다닥 낸다면 또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 같은 바램은 그저 공허한 바램에 불과하다.
수 백억원, 수 천억원의 세금을 수 년 동안 내지 않으면서 자신이 불명예스런 리스트에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마도 공개망신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