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과 신세계가 부산 해운대에 각각 면세점을 신설하려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청이 공항과 항만 이외의 시내 면세점 신설과 허가갱신 기준을 엄격히 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전년도 이용자수와 매출액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거나 외국인 입국자가 지역별로 30만명 이상 증가할 때 시내면세점의 신규허가를 허용하는 '보세판매장운영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입안하고 이달 18일까지 의견수렴을 한다고 17일 밝혔다.
개정안에는 또 기존 시내면세점에 대해서도 허가기간이 만료될 경우 최근 5년간의 이용객과 매출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야만 허가를 갱신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부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관세청의 개정안을 충족시키는 지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돼 관세청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 면세점 신설에 대해 사실상 '불허'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롯데호텔과 신세계는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면세점을 운영하려던 계획을 포기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지난 7일 문을 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면세점으로 사용할 요량으로 7층(3636㎡) 전체를 비워두고 있는 롯데호텔은 관세청이 의외로 강력한 기준을 들고 나오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롯데호텔은 새 기준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12일 부산 용당세관에 보세판매장 영업신청서를 제출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관세청에서 만든 기준대로라면 전국에 있는 모든 면세점이 문을 닫아야하고 앞으로 신규 면세점은 생길 수 없다"면서 "관광활성화 정책에 역행하는 조치로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관세청은 롯데호텔의 면세점 신설 신청에 대해 새 고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부산지역의 면세점 이용객 증가 예상규모, 외화획득 실적, 기준 면세점 수 등을 토대로 검토해 이달말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세계도 2008년말 해운대 센텀시티에 완공되는 복합쇼핑센터(UEC)에 대형 면세점을 신설할 계획이지만 관세청의 새로운 고시가 시행될 경우 허가를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용당세관 관계자는 "보세영업장 신설에 관한 현행 규정과 지침에 따라 롯데호텔의 면세점 신설 허용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