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재경부는 '자영업자의 소득공제를 점진적으로 근로소득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일내 소득공제 대상을 한꺼번에 늘리는 것은 세수나 조세 형평성 등의 측면에서 신중해야한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 한나라당 "소득공제 확대"
이명박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근로자의 교육비, 의료비, 주택구입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사업자에게도 동일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30일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에 한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에는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과표가 노출돼 영세자영업자들도 세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또 "소득세율을 내리는 것보다는 의료.교육.주택비 등의 비용부담을 덜어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아울러 공약에서 "정치인 후원금 제도와 비슷한 대학기부금 제도를 도입해 일반인의 대학기부금에 대해 10만원까지 세액공제(매년 대학별로 20억∼40억원)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이를 교내 장학금으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대학에 대한 민간의 기부문화를 촉진하고 대학의 건전한 기부금 유치경쟁을 통해 교내 장학제도를 활성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재경부 "기본 취지에 동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공제 방안의 기본취지에 대해서는 재경부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자영업자의 경우 기부금 공제, 연금보험료 공제, 인적 공제 등은 가능하나 원칙적으로 의료비.교육비.주택자금 공제 등 특별공제는 받을 수 없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근로소득자에게만 특별공제를 허용한 것은 그만큼 자영업자의 소득이 근로소득자만큼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최근 신용카드 사용 등 과표 양성화 때문에 이런 논리가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미 재경부도 복식장부를 사용하고 신고액이 직전 3년 수입액 평균의 일정 배수를 넘는 등의 조건을 갖춘 성실 자영업자에 대해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28일 이 개정안은 재경위를 통과했다.
재경부는 2년동안 한시적으로 이 법을 운영한 뒤 성과를 봐가며 적용 대상 사업자의 범위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당선자 공약과 '방향'은 같지만, 결국 '속도'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이 개선됐다해도 근로자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당장 시행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기에는 많은 고민과 종합적 검토가 선행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탈세가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 변호사.의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경우로,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공제 확대는 고려할 가치가 있다"며 "이들의 경우 신용카드.현금영수증 때문에 소득 노출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자영업자의 소득이 근로소득자 만큼 투명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어 자영업자 공제를 늘려주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소득은 100% 드러나는데 비해 여전히 자영업자의 소득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아직 소득이 만원인지 천원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근로자처럼 공제를 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근로소득자 공제 확대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세금을 깎아준다면 국민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지만, 재정 측면에서 구체적 대안과 계획을 갖고 베푸는 '인심'인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송 연구위원은 "고령화 및 저출산 문제, 연금 개혁 등에 필요한 돈이 얼마가 될지 생각하고 감세를 얘기해야할 것"이라며 "세금은 매우 비가역적이라 한번 낮추면 다시 늘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감세를 추진하려면 납세자의 일부만 혜택을 입는 공제 항목을 늘려 세제 시스템을 복잡하게 운영하기 보다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세율을 낮추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기부금에 대해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공약도 기부활성화와 세금부담 완화 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재경부 내부에서는 현재 세액공제가 되지 않는 다른 기부금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