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모피 등 과세 제외 필요‥에너지·입장세는 유지
정부 "현재 검토 않지만, 변화 가능성 있어"
올해부터 사치품이나 특정 장소의 입장행위에 대해 부과되던 특별소비세가 개별소비세로 옷을 갈아입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로운 세목으로 변모할 채비를 갖추게 됐다.
세목의 이름이 바뀐 것은 과세 목적이 기존의 세부담 역진성 완화 또는 사치품 소비억제에서 자동차·유류 등 외부불경제를 발생시키는 재화에 대한 교정세적 기능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시대변화에 따라 기존 특소세 과세대상이었던 보석·귀금속, 고급 가구, 승용차, 유류, 골프장 등에 대해 과세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정부의 정책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정부는 특소세 과세대상을 중장기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특정 품목에 대한 과세 제외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개별 품목에 대한 사치성 여부 등 명분논리보다는 외부불경제를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의 시각을 전환한 점에 비춰, 일부 과세대상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특소세 어디에 얼마나 매겨졌나?= 특별소비세는 특정한 물품이나 장소의 입장행위에 대해 매겨지던 세금으로서 1976년 도입 당시에는 TV, 청량음료 등에도 과세됐지만, 경제발전에 따른 소비행태 변화로 인해 지난 1999년과 2004년 과세대상이 대폭 조정됐다.
현재 남아있는 특소세 과세대상에는 1개당 가격이 200만원을 넘는 ▲보석 ▲귀금속제품 ▲사진기 ▲시계 ▲모피 ▲융단 등의 품목과 1개당 500만원을 초과하는 가구 등이 있으며,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고급'이라는 명칭을 붙여 각각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투전기와 오락용사행기구, 수렵용 총포류 등에도 각각 20%의 세율로 특소세가 과세되며, ▲녹용 ▲로얄제리 ▲향수 등에 대해서는 각각 7%의 세율이 매겨진다.
승용자동차의 경우에는 2000cc 초과 차량에 대해 10%, 2000cc 이하 차량에 대해서는 5%의 특소세가 적용되며, 800cc 이하 경차는 면세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2000cc 초과 승용차는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5%까지 인하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류의 경우에는 ▲휘발유 630원(ℓ) ▲경유 404원(ℓ) ▲등유 178원(ℓ) 등의 세금이 종량세로 매겨지며, 여기에 최대 30%까지 탄력세율이 적용된다.
이밖에 입장행위에 대한 특소세가 매겨지는 곳은 ▲카지노(5만원) ▲골프장(1만2000원) ▲투전기장(1만원) ▲경륜·경정장(200원) 등이 있으며, 유흥주점 등 과세유흥장소에서는 요금의 10%를 특소세로 내게 된다.
□ 업계·전문가 "귀금속·모피는 폐지, 자동차·유류는 유지"= 부가세의 역진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소세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관련 업계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김상겸 단국대 교수는 "소비세의 역진성을 막기 위해 도입된 특소세는 이제 특별한 소비가 없어진 상황에서 역진성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사실상 특소세로 거둬들이는 세수는 얼마 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도박장이나 경마장 등 외부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로 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나머지 골프장, 귀금속, 모피 등의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예전에는 200만원이 넘는 물품에 특소세가 붙었는데 이제는 그런 제품들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환경이나 도박 등과 관련한 세금은 유지하되 나머지 과세대상 물품들에 대해서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특소세 품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조수형 한국모피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는 "모피 업계에서는 수 년 전부터 모피가 대중화돼 있기 때문에 특소세의 의미가 없고, 다른 품목들도 업계를 중심으로 폐지 건의를 해 왔다"며 "정부와 같이 한 공청회에서도 유류를 제외한 품목은 특소세 폐지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특소세 과세대상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며 "주로 중소기업들이 하고 있는 귀금속, 모피, 시계 등은 판로 확대와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금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 "현재 품목조정 검토 않지만, 내용 바뀔 수 있다"= 세제 관련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에서는 지난해 7월 귀금속·보석 업계 활성화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이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특소세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과세대상 조정에 대해 구체적인 법 개정 움직임이 없으며,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는 8월 정도에나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규범 재경부 소비세제과장은 "귀금속·보석의 특소세와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며 "현재 품목 조정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과장은 "그동안 사치성 물품에 세금이 부과된다는 성격이 강했으나, 앞으로는 환경오염 등 외부불경제와 관련된 부분에 세금이 부과된다는 방향에 맞춰 내용이 바뀔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일부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표. 기존 특별소비세 과세대상 및 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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