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체계도 대정비… 세목 30→15개로 축소
학계, 목적세 정비 등 동일 세원 중복과세 방지… 납세순응도 제고
이 당선인, "지자체 간 불균형 최소화 및 지방분권화 촉진" 기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970년대부터 유지돼 온 현행 조세체계를 21세기 국민소득 4만불 시대에 맞춰 선진형 조세제도로 만드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로 했다.
이 당선인은 이를 위해 인수위 차원에서 현행 법인세와 소득세 등 국세 14개 세목과 재산세와 취·등록세 등 지방세 16개 세목 등 30개 세목에 대해 목적세를 중심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예를 들어 국세 중 특별소비세와 주세,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지방세 중 레저세, 담배소비세, 주행세 등은 국세인 소비세로 통합되는 한편, 재산세, 자동차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 등은 지방세인 재산보유세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이 당선인이 세목 통폐합을 통해 세목을 절반 가량 줄이려는 것은 ▲목적세 정비 ▲지방세원 발굴 ▲국가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적극 이양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차기 정부가 세목 통폐합을 통해 개수를 줄여야 할 필요는 있지만 이는 단기과제로서가 아니라 조세정책 전반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세·지방세 30개 세목…통폐합 후 15개 = 우리나라 조세체계는 14개 세목의 국세와 16개 세목의 지방세 등 총 30개 세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세목이 30개에 이르다 보니 동일한 과세 대상에 국세와 지방세를 포함한 여러 조세가 중복 부과되는 것은 물론 복잡한 조세체계 때문에 납세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인수위 차원에서 조세개혁의 일환으로 관세를 제외한 국세와 지방세 세목을 통폐합해 세목을 절반 수준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 중 특별소비세와 주세,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지방세 중 레저세, 담배소비세, 주행세 등은 국세인 소비세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방세 중 재산세, 자동차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 재산할 사업소세 등은 지방세인 재산보유세로 통합된다는 것.
아울러 취득세와 등록세는 취득세로 일원화되고 주민세(소득할)와 사업소세(종업원할) 등은 지방소득세(지방세)로 합쳐진다. 다만, 국세 중 법인세와 상속세, 증여세, 부가가치세, 인지세, 증권거래세, 관세와 지방세 중 면허세, 지역개발세 등은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국세인 소득세와 지방세인 농업소득세는 개인소득세(국세)로 통합되며, 부가세(Sur-tax)인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지방교육세는 본세로 통합되는 대신 균등할 주민세와 도축세 등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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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세·납세효율성 제고 등 긍정적 효과 커 = 국세와 지방세가 절반(15개) 수준으로 정비될 경우 징세 효율성과 납세순응도를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세제가 단순화됨에 따라 세무공무원의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와 함께 부조리 등이 확연하게 줄어들 수 있다.
10일 학계에 따르면 세제가 단순화될 경우 과세당국과 납세자 모두 제도를 이해하고 따르는데 소요되는 불필요한 시간·경제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지자체 간 불균형 최소화 및 지방분권화를 촉진할 수 있지만 세목통합 과정에서 세수에 따른 문제해결 능력과 행정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목적세 정비의 경우 세목통합에 따른 실현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일부 세목의 경우에는 정부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것.
한 조세전문가는 "국세와 지방세를 통폐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조세체계도를 새로 그리는 대작업"이라며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의 업무조율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일, 구체적인 검토작업 없이 세목통합이 이뤄진다면 지자체 간 재정격차는 더 심화될 것"이며 "과세당국과 납세자들은 국세와 지방세 조세체계에 대해 큰 어려움을 호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선진국처럼 세율 일원화 절실 =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세금감면·비과세 조항들을 대거 폐지하는 한편 소득별로 다르게 적용하던 세율을 하나로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 등은 현재 국세의 경우 세목이 10개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개인소득세와 법인소득세, 유산세, 개인소득세, 증여세, 소비세 등 연방정부에서 부과하는 국세 외에 각 주별로 지방세를 다르게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세·지방세를 불문하고 불필요한 세목 신설과 목적세의 남용, 부가세(Surtax) 방식의 과세체계로 인해 이들 선진국에 비해 세목이 복잡·다양한 것이 현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경우 ▲제조·반출·판매단계에서 특별소비세와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부가가치세가 ▲취득단계에서는 취·등록세와 교육세, 농어촌특별세가 ▲보유단계에서는 자동차세와 교육세가 ▲운행단계에서는 유류교통세와 교육세 등이 부과되고 있다.
조세전문가들은 "세법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2중 과세인데 우리나라 세법은 2중 과세도 모자라 3중 과세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선진국에 비해 복잡한 소비세제도에 대한 개편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세, 토지세, 소비세 등 14개 국세와 골프장이용세, 수렵자등록세, 지방소비세 등 14개 지방세를 운용하고 있다.
□ 10여년 전 실패한 세목통폐합, 이번엔 실현될까? = 세목 통폐합 방안은 10여년 전에도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바 있으나, 끝내 빛을 보지 못한 작업이다.
지난 90년대말 남궁훈 재정경제원 세제실장(現생명보험협회장)의 아이디어로 목적세를 폐지하고 본세에 통합하는 '조세체계 간소화방안'이 마련됐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린 건설교통부 등 타 부처와 이익집단 등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있다.
당시 정책 입안을 담당한 관계자는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교통세 등의 목적세는 세입을 배분하는 곳이 특정돼 있기 때문에 이들 세목을 통폐합하려면 예산의 배분 문제가 쉽지 않았다"며 "세출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세목 통폐합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도 "국세를 지방세와 통폐합하는 것은 취지가 좋고 시행이 필요한 문제지만 현실적으로는 세제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에 굉장한 작업이 될 것"이라며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및 지자체간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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