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멋대로, "그 영화, 종영해버려"
대형 배급사 계약과 달리, "돈 빨리 정산해 줘"
영화시장에서 극장과 배급사 간의 먹고 먹히는 이상한 관계가 드러났다. 멀티플렉스는 배급사에, 대형 배급사는 중소 상영관에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손해를 끼치고 있었다.
'나비효과2', '삼거리극장', '용서받지 못한 자', '나니아연대기' 등의 영화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 등의 멀티플렉스 극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기 종영됐다.
또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플렉스,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등의 5개 대형 배급사는 중소개별상영관에 대해 계약 조건보다 조기에 부금을 정산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16일 이들 4개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와 5개 대형배급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를 적발하고,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법위반사실 서면통지명령을 내렸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시네마 등 4개 멀티플렉스는 통상적으로 최소 2주(흥행부진시 1주)이상의 상영기간을 보장해주는 거래 관행을 이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영화를 종영했다.
4개 멀티플렉스는 ▲CGV, 미디어플렉스 '그녀를 모르면 간첩' 등 16개 배급사 29편 ▲롯데시네마, 스폰지 '철수영희' 등 17개 배급사 26편 ▲메가박스 한결 '천국의 아이들2' 11개 배급사 16편 ▲프리머스, 참엔터테인먼트 '천년여우' 35개 배급사 140편 등을 조기 종영했다.
영화배급계약은 상영에 따른 기대이익과 손실부담을 배급사와 상영관이 나눠 갖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개봉영화를 조기 종영하게 되면 손실위험이 배급사에 전가되는 셈.
이들은 상영기간 연장을 명분으로 당초 계약조건보다 배급사에 불리하게 부율을 '배급사:상영관 부율 5:5'에서 '4:6'등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만약 배급사가 부율 조정을 거부할 경우 스크린 수 축소 또는 영화종영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
또한 이들은 배급사에 부금을 지급하지 않는 무료초대권을 상영관 개점 홍보, 마일리지 마케팅, 매점매출 증대 등을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대량발급하기도 했다. CGV는 300만매, 롯데시네마는 76만매, 메가박스는 60만매, 프리머스는 40만매를 발급했다.
이와 함께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플렉스, 한국소니픽쳐스, 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 5개 대형 배급사는 상영계약과 달리 중소개별상영관에 부금을 조기에 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개별 중소상영관에 대해 당초 부금정산 조건(영화종영 후 부금을 30일 또는 45일 이내 정산)과 달리 일일정산 또는 주정산으로 조기 정산하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형 멀티플렉스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한 것이 처음이고, 관행상 해왔던 것을 바로 잡자는 취지가 강하다"며 "시정명령으로도 충분한 사안이고,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았다고 처벌이 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영화상영시장에서 2006년 기준 CGV,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 등의 4개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수는 전체 대비 54.7%, 관객점유율 70.1%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별중소상영관 수는 2004년 233개, 2005년 203개, 2006년 188개로 급속히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