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정책은 금융위·공정위로 이관
국세심판원은 지방세 합쳐 총리실 소속 '조세심판원'으로
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조직개편안에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한 형태의 '기획재정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담겨 거대 경제부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분야의 수석부처였던 재정경제부가 기존의 경제정책·국고·세제·국제금융 등의 부문에 이어 기획예산처의 '예산권'까지 틀어쥐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기존에 재경부가 갖고 있던 금융정책과 소비자정책 부문은 각각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하고, 실질적으로 임무가 끝난 공적자금관리기능도 폐지함으로써 일부 군살을 뺐다.
재경부 소속의 국세심판원은 행정자치부 지방세심판위원회와 통합, 심판 중립성 제고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 '조세심판원'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져 지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존재했던 재정경제원 시절의 '공룡부처'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예산과 세제 등 재정정책 수단을 통한 기획재정부의 독주 우려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적절히 견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 기획재정부, 무엇이 합쳐지나?=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기획예산처에 재정경제부의 ▲경제정책 ▲국고 ▲세제 ▲국제금융(외국환거래건전성 감독은 제외) 등의 주요기능을 통합하는 '기획재정부'가 신설된다.
이번 방안에는 기획예산처의 재정전략 부문과 재경부의 경제정책 및 정책조정 부문, 국무조정실의 경제정책조정을 묶어 기획·조정창구를 통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기획예산처의 예산운용 및 성과관리 부문과 재경부의 세제·국고, 국무조정실의 복권기금 운영 등도 통합해 재정기능을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경제부처의 기능을 통폐합하는 이유는 기존의 정책기획·조정기능이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실,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로 분산돼 의견조율 비용이 증가했고,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경부와 총리실의 정책조정 실효성이 저하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
인수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가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에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기능이 미흡했다"며 "기존 조직들이 예산과 국고, 세제 등 재정기능 분산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통제가 취약했다는 문제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금융·소비자·국세심판 기능 이관‥'군살 빼기'= 신설되는 기획재정부는 기존에 기획예산처가 갖고 있던 '양극화 민생대책' 부문을 대폭 축소, 보건복지여성부로 이관키로 했다.
재경부에서는 금융기능을 금융위원회로, 소비자정책 부문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떼어주고, 실질적으로 업무가 끝난 재경부의 공적자금관리 기능은 사실상 폐지키로 함으로써 조직의 군살을 뺐다.
재경부의 경제자유구역기획과 지역특화기획은 '지역경제활성화 기획'으로 통합해 신설조직인 지식경제부(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통합)로 넘겼으며,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금융위원회로 이관키로 했다.
특히 재경부 산하 국세심판원은 행정자치부 지방세심판위원회와 통합하되, 심판의 중립성을 높이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조세심판원'을 신설해 이관키로 했다.
재경부 입장에서는 기존 조직 중 1급 상당에 해당되는 7개 고위공무원단 중 국세심판원장, FIU원장, 경제자유구역단장 등 세 자리를 모두 타 부처 소속으로 넘겨주는 셈이다.
□ '공룡조직' 신설 우려‥견제 가능할까?= 기획재정부의 신설로 인해 기존 재경부의 850명과 기획예산처 470명이 합쳐지면, 금융부서로 70여명이 빠져나가더라도 정원수는 1200명이 넘을 전망이다.
아울러 예산권과 세제분야 등 실질적 권한을 기획재정부가 틀어쥠으로써 과거 '공룡부처'로 이름을 날렸던 재정경제원 시절처럼 독주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인수위에서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우려가 과거 재정경제원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기우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과거 재정경제원은 재정수단과 금융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기획재정부는 금융기능과 소비자정책, 국세심판, 양극화민생대책 등의 기능을 다른 부처로 나눠줬기 때문이라는 게 인수위의 설명.
인수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예산과 세제 등 재정정책 수단을 통해 독주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적절히 견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