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은 23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올해 내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6%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새 정부의 강한 추진력은 위기 돌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세계금융시장 불안은 금년내내 지속될 듯하다. 아직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손실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계속 손실을 고백하고 있으며 보증기관 등으로 파급되고 있다.
미국 실물경제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미 작년에 소비가 위축됐고 연체율도 올라갔다. 이제는 다른 나라들이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 보다는 버티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수출은 살아남을 수 있다.
다행스런 것은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체질이 많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이는 외부의 충격을 완충시킨다. 이런 체력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위안이다.
걱정되는 것은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 위축이다. 그동안 주식시장 활황이 국내 소비회복에 기여했다. 증시가 급락하면 소비위축은 불가피하다. 올해 6% 성장 목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금융시장 불안은 미국의 금리 인하 조치 등으로 당분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니지만 극심한 불안심리를 완화시킬 것이다. 아울러 머지않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이 파악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손실이 빨리 드러날수록 좋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새로운 악재는 아니다. 이미 예견됐던 내용이다. 다만, 이머징마켓의 주가도 떨어지면서 이들 나라는 견조세를 보일 것이라는 '디커플링'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한국의 새 정부가 상당히 발 빠르게 행동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을 보더라도 새 정부의 실행력이 강하기 때문에 경제활성화 관련 정책들도 지속적으로 강하게 추진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수가 좋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나는 연간 경제 전체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금융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금융불안은 작년 2월부터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갈수록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금융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실물경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아시아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디커플링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수출도 영향을 받는다. 결국 대외 악재와 새정부의 성장정책 간의 힘겨루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 강할 지는 1.4분기에 가닥이 잡힐 것이다.
정부는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할 필요가 있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기부양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외부 쇼크를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조치도 정부가 당장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올해 6% 성장은 어렵다고 본다.
◇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한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에 따른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 투자은행(IB)들의 손실 발표와 소매판매액 증가율의 IT버블 붕괴 이후 최대 하락이 중복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의 근본원인은 주택가격 하락인데, 작년보다 올해 부동산 가격 전망치가 훨씬 안 좋기 때문에 그 여파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하반기부터는 상반기보다 나아지겠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인한 미국경기 악화, 세계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우리 수출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은 전세계 소비시장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내수가 회복세이기는 하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취약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수출이 줄어들고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 내수도 시차를 두고 악화된다.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4.9%로 예측했는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미국경제의 침체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예상치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외부 쇼크를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카드가 별로 없다. 행복.혁신도시 등 국책사업의 효과가 일부 내수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 인상은 내수둔화의 촉발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건 서브프라임 문제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감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인한 세계금융시장 불안은 적어도 올해 상반기 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나 세계의 경제성장 둔화는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출이 나빠지면 내수도 안좋아진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5.1%로 전망했는데, 아직 전망치를 바꿀 상황은 아니다. 미국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제를 이미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태가 우리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유동성을 감시해야 한다. 유동성이 많아지면 금융회사들의 리스크가 커져 금융기관들이 심하게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해외투자 펀드들이 부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금리는 물가불안이나 부동산시장을 생각하면 올려야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