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법은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규범이기 때문에 법의 생명은 법이 현실사회에서 실현되는 데에 있는 것이다. 법이 규율하고 있는 내용이 아무리 휼륭하다고 하더라도 그 법이 현실사회에서 규범의미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다면 그 법은 아무런 存在價値가 없는 것이다. |
법은 法의 妥當性(Gueltigkeit des Rechts)과 法의 實效性(Wirksamkeit des Rechts)을 갖출 때에 비로소 그 실질적 효력이 발휘된다. 행위규범(Handlungsnorm)으로서의 법은 사람에게 금지나 명령의 형식으로서 발현되는데, 그와 같은 금지나 명령은 언제나 준수되어지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침해되기도 하고 무시되기도 하는 것이다. 명령·금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규범이 침해된 때에는 그 침해자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거나 형벌을 가함으로써 강제규범을 발동할 필요가 있다. 만일 행위규범을 위반하는 자에 대하여 강제집행하거나 처벌하는 국가권력을 발동하지 않는다면 법의 권위는 상실되고 마는 것이다.
법의 실효성의 확보와 관련하여 특히 조세법영역에서의 법의 실효성의 확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조세법영역에서의 법의 실효성의 확보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조세법에서의 특정규정이 법의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에 기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나, 이 곳에서는 특히 법의 실효성의 확보수단인 조세형벌권의 작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조세법영역에서의 법의 실효성을 담보함과 아울러 응능부담의 원칙에 따른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장치는 조세법규위반자 및 조세포탈범에 대한 예외 없는 엄정한 처벌이라고 하겠다. 과세관청은 지금까지 지나치게 범법자 및 탈세자를 너그럽게 다루어 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조세법규의 위반 또는 세금탈루의 일반화에 一助를 한 것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법상 조세포탈범에 대하여는 특별소비세·주세 또는 교통세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환급 또는 공제받은 세액(이하 "포탈세액 등"이라 한다)의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인지세의 경우에는 증서·장부 1개마다 포탈세액의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 또는 과료에, 그리고 기타의 국세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이나 환급·공제받은 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포탈하거나 포탈하고자 한 세액 또는 환급·공제를 받은 세액은 즉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에서 포탈세액 등이 연간 5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포탈세액 등이 연간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하되, 포탈세액 등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한다. 위의 규정 중 연간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인 자에 대한 처벌규정은 일반살인범의 처벌규정과 거의 다를 바 없이 형량이 높다.
그런데 조세포탈범에 대한 刑量의 인플레이션 현상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조세포탈범의 처벌실적을 살펴보면 같은 기간 중에 행한 부가가가치세·법인세 및 소득세 등의 경정조사의 건수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조세포탈범에 대한 처벌을 포기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이 그 처벌실적이 극히 미미한 형편이다.
조세포탈범에 대한 처벌실적이 부진한 원인으로서는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으나,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서 다소 逆說的이긴 하지만 조세포탈범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다시 부연한다면 조세포탈범에 대한 형량은 엄청나게 높지만 실제로 조세법규의 위반자 및 조세포탈범에게 조세형벌권이 발동되어 그 형벌이 구체화·현실화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음에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 조세형벌권의 발동을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서 조세법규위반자 또는 조세포탈범에 대한 형량이 일반국민의 법감정을 뛰어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로 말미암아 조세법규위반자 또는 조세포탈범에 대한 형벌법규는 체구만 엄청나게 큰 종이호랑이 또는 단순한 장식적 규정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와 같은 종이호랑이 또는 단순한 장식적 규정에 지나지 않는 조세포탈범에 대한 형량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여 재정비하되, 그 위반자에 대하여는 예외없이 처벌함으로써 조세법령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조세법규위반자 및 조세포탈범에 대한 처벌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특히 조세포탈범에 대한 형량을 대폭적으로 현실에 맞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는 조세범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및 각 개별세법에서의 가산세규정의 전반적이고 심층적인 검토 및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조세포탈범에 대한 처벌규정은 우리의 法感情을 뛰어 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형량이 높아 오히려 이와 같은 무거운 형량이 조세처벌법규의 엄정한 집행을 저해하는 逆說的인 現象을 초래하고 있음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어떤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무거워야만 그와 같은 범죄에 대한 예방효과가 큰 것이 아니고 설사 다소 가벼운 처벌이라고 할지라도 그 범법사실에 대하여 예외 없이 엄정하게 처벌한다는 사실이 그 범죄의 예방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즉 형량은 높으면서 사실상 처벌하지 않은 경우보다 형량은 낮으면서 예외 없이 처벌하는 경우가 범죄에 대한 업악적 기능(repressive Funktion) 내지 범죄의 예방효과가 훨씬 큼을 지적하고자 한다.
둘째, 조세포탈범의 적출비율을 제고함과 아울러 조세포탈사실을 적출한 때에는 예외 없이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세범칙조사 및 세무조사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현행 제도상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탈루한 경우에도 조사대상으로 선정되는 확율이 매우 낮고, 설사 조사대상으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탈루한 세액의 전부가 적출될 수 있는 위험율도 낮은 것이다. 또한 탈루한 세액의 전부가 적출된다고 하더라도 탈루한 세액과 그 세액의 일정비율(10% 내지 30%)에 상당하는 신고불성실가산세만을 가산하여 세액을 추징하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세무조사시에 조세포탈사실을 적출하고서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함이 없이 단순히 탈루한 세액의 추징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탈세에 강한 유인적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탈세비용이 거의 없거나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에 탈세의 만연현상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탈세는 반드시 적발되고, 또한 적발된 조세포탈범에 대하여는 예외 없이 엄정한 처벌을 함으로써 높은 탈세비용의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완석 교수
중앙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법학박사)
국세청 직세국 근무
강남대학교 상경대학 세무학과 교수 역임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및 세무대학원 교수(현)
국세심판소 비상임심판관
감사원 성과감사정책자문위원
한국세무학회 세무학연구 편집위원장
한국조세연구소 연구위원(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