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가 차명계좌를 이용, 은닉한 지분을 거래하는 행위는 명백한 증권거래법 위반이다.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5% 규정에 의해 지분 변동이 있을 때마다 이를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대주주가 차명을 이용, 지분을 숨겨놓은 것은 유가증권신고서를 허위 기재, 등록 취소까지 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주주가 차명계좌를 통해 지분을 위장분산시킨 사실이 감독당국에 의해 적발되도 경고조치 수준에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차명계좌를 이용한 지분의 위장분산 행위가 모두 검찰 고발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대량 지분 변동과 관련, 경영권 분쟁, 시세조작, 불공정 거래 등과 연관이 있을 때 검찰에 고발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코인의 김대욱 사장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검찰 고발을 당하지 않았고 경고조치를 받는 수준에서 제재가 마무리됐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법률자문관은 "대주주가 차명계좌를 개설했다고 해서 금융실명법을 위반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주가조작 등 다른 범죄와 연관이 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은닉지분을 거래해 매매차익을 챙길 경우 탈세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등록과 취소 결정권을 갖고 있는 코스닥위원회 역시 대주주의 차명계좌 문제와 관련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주주의 차명계좌 개설은 등록에 관련한 신청서 및 첨부서류의 내용중 지분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허위 기재 또는 누락했기 때문에 명백한 등록취소 사유에 해당된다. 더구나 이코인의 경우 대주주가 등록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후 보호예수시켜야 할 지분을 매도, 등록의 외형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 규정상 자격미달로 코스닥에 진입할 수 없는 기업이 등록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대주주의 차명계좌 개설이 위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강력한 제재를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소액투자자 보호'하려는 감독당국의 배려(?)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위법행위가 코스닥 등록 후 적발되다 보니 등록취소 등 해당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경우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2000년 4월 대주주 위장분산이 적발돼 등록이 취소됐던 한국협화화학도 등록 서류 허위 기재 사유로 시장에서 퇴출된 게 아니었다. 회사에 등록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지분 분산 요건을 갖출 수 있는 기간을 줬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자 등록을 취소 시켰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회사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대주주가 자신을 지분을 숨겨놓는 동기 자체가 불순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대대주의 주식 은닉 사실은 대부분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은닉 지분은 작전 세력들과 연계될 개연성이 높다. 강력한 처벌로 아예 문제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