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당규에 명시된 `부패 전력자에 대해 공천신청 자격을 불허한다'는 조항을 따르기로 방침을 정한 것을 놓고 친이(親李)-친박(親朴) 진영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공천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며 반발하고 있고 여기에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가세해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기로' 결의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 강재섭 대표가 공심위 결정에 불만을 품고 거취 문제를 고민하며 당 회의와 국회 본회의에 잇따라 불참, 당내 공천 갈등은 첨예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펴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 안상수 원내대표가 `벌금형은 일단 접수를 받은 뒤 공천자격 심사를 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아 양측의 극적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목된다.
김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중진 연석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심위의 전날 `부패전력자 공천신청 불허' 결정에 대해 "정치보복이고 토사구팽"이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한번도 당적을 바꾼 적이 없는데 당에서 쫓아내니 당적을 버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친박계 의원 20여 명은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모임을 갖고, 공심위 결정을 강력히 성토했으며, 대변인 격인 이혜훈 의원은 당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우리(친박계) 의원 35명은 김 최고위원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모호한 당헌.당규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공천신청 자격의) 적용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입맛에 맞춰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친박계 김학원 최고위원도 국회 브리핑에서 당규상 `신청자격 박탈' 규정이 피선거권과 공무담임권, 평등권 위배임을 지적하고 "과거 공천에서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도 공천을 받았는데 이제 와서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2007년에 제정된 당규를 그 이전 사안까지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이계 인사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공심위 결정사항은 다수 의견으로 의결된 것이며 당헌.당규대로 한다는 것"이라며 "공심위는 당헌.당규를 뛰어넘는 것을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측근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당선인이 다 주라고 했는데 왜 그런 결정이 나왔나'란 질문에 "이것은 양보의 개념이 아니다"면서 "원칙의 문제고 이미지의 문제"라고 당헌.당규의 원칙적 적용을 강조했다.
그는 "당 대표가 개혁안이라고 해서 통과시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을 다시 대표가 반개혁적으로 후퇴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그 조항이 일반적 원칙일 뿐 누구를 치기 위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친이-친박간 격한 대립 속에 안 원내대표는 "당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천신청을 받은 뒤 적합 여부를 심사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는 "징역형은 명백하니까 안되지만 벌금형은 접수까지 거부해야 하는 정도인지 심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공심위가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공심위는 31일 오후 회의를 열고 양측간 쟁점이 되고 있는 당규상 `부패 전력자'에 대한 공천신청 불허 조항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따라 당내 갈등이 고비를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이 문제는 공심위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침을 만들어 신청은 무조건 받아야 하고, 공심위원들의 개별심사를 통해 형평에 맞게 결정해야 하며, 선거법 위반도 적용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며 기존 공심위 결정을 완전 번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