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와 지난 대선에서 신당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설연휴 직전인 5일 손을 맞잡았다.
정 전 장관은 지난 3일 일각에서 제기됐던 창당 가능성을 부인한 데 이어 이날 손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두 사람의 갈등설을 일축하고 당 쇄신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반성과 참회, 쇄신과 변화만이 신당의 살 길이며 이를 위해 당의 화합과 단합이 중요하다"면서 "야당다운 야당, 좋은 야당의 길을 가면 국민이 건강한 야당의 손을 잡아줄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두 사람이 대선 이후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동은 손 대표측 우상호 대변인, 이기우 비서실장과 정 전 장관측 박영선 김현미 의원이 배석한 가운데 조찬을 겸해 이뤄졌다.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은 식사 후 50분 가까이 독대, 총선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렸다.
두 사람은 특히 정부조직 개편안, 영어몰입교육 등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책에 우려를 표시한 뒤 "이명박 정부를 견제할 야당이 필요하다"면서 선명한 야당 건설에 의견을 모았으며 총선과 관련, "한나라당보다도 더 반듯하고 개혁적인 공천을 해서 국민 지지가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고 다짐했다고 우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손 대표는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를 건넸고 정 전 장관은 "제가 모자라 면목이 없다. 국민에게 상처만 주고.."라고 답하며 마주앉았다.
손 대표는 "자기반성과 자기희생을 위해 아직도 한참 가야 한다. 단호한 야당을 위한 자기희생의 시기"라며 쇄신을 강조했고, 정 전 장관은 "여당 노릇은 제대로 못했지만 야당으로선 사랑받길 바란다"면서 "여당 마인드와 기득권을 버리고 저부터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면 국민도 고릴라 여당에 맞선 야당 존재를 인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존폐위기의 당을 일으켜 좋은 야당, 강한 야당을 만들어달라"고 '선명 야당론'을 거듭 폈다.
그러면서 4년전 당 의장으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시절을 회고, "당시에도 처음에는 (민심이) 차가웠지만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니 얼음장 풀리듯 녹았다. 이번에도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격려했다.
손 대표가 신당의 현주소와 희망을 언급하면서 "봄이 온다네, 봄이 와요. 얼음장 밑으로 봄이 와요"라는 동요의 한 소절을 읊자 정 전 장관은 "국민 생각에는 아직 찬 겨울이죠"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총선 거취와 관련, 손 대표는 농반진반으로 "신당동으로 이사하니 중구에 출마하냐고들 한다"며 운을 뗀 뒤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정 후보도 당의 화합, 쇄신, 자기 희생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어떠한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 나서겠다. 문지기라도 하겠다. 무슨 역할이라도 뒤에서 돕겠다"고 화답했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이 당내 일각에서 돌고 있는 '서울 동반 출마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손 대표의 경우 거주지인 중구, 정 전 장관은 종로 또는 거주지인 서대문을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오늘 대화에서 총선 거취에 대한 세부 내용이 언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분이 총선 승리를 위해 함께 역할을 해 나가기로 한 만큼 총선 역할론에 대한 논의가 조만간 본격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