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적 유류세 인하, 부자들에 혜택 막겠다"
1000cc미만 경차 소유주들에게 실질적인 유류세 인하혜택을 주는 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일괄적 유류세 인하로 대형승용차 소유주 등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세금혜택 누수현상을 막아 낼 수 있는 방안이다.
새정부가 강조하는 '발상의 전환'의 산물(産物)인 셈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을 비롯한 17명의 국회의원들은 최근 배기량 1000cc미만 경차 소유자가 사용한 유류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및 개별소비세를 환급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의원 등은 개정안을 통해 "유류세의 일괄적 인하는 세수감을 초래하고 주유소별 가격자율화로 인해 가격인하 효과가 불투명하다"며 "가격이 인하되더라도 유류를 많이 소비하는 대형차 운전자나 부유층에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새정부는 유류세 10%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인하할 경우 '기름을 많이 먹는 차량'을 소유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차량 소유주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결과적으로 '경차 소유주 유류세 환급제도'는 작은 차를 모는 일반서민들을 대상으로 삼아 이들에게 집중적인 유류세 인하 혜택이 돌아가도록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경차 소유주 유류세 환급제도 골자는?=배기량 1000cc미만 경차 소유자에 대해 해당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유류에 부과된 교통·에너지·환경세 및 개별소비세 환급에 관한 특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간이다.
적용대상은 경차 소유자 및 주민등록상 동거가족이 소유한 승용차 또는 승합차가 꼭 1대인 경우이며 유가보조금 지급대상자(장애인, 국가유공자, 개인택시)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법인이 소유한 경차, 동일세대내 소유차량 2대 이상인 경우 등도 대상에서 빠진다.
일정한 한도도 정해질 전망이다. 법률안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경우 리터당 300원, 석유가스 중 부탄 등의 경우는 개별소비세 전액이 환급된다.
적용대상자는 카드사를 통해 '(환급용)유류구매카드'를 발급 받은 뒤 주유시 이 카드를 제시하고 교통세 등 상당액이 감면된 가격만 지불하면 된다. 추후 카드사가 관할 세무서 등에 환급신청을 하게되는 구조다.
운전자가 직접 환급 받는 것은 아니며 운전자는 할인된 가격으로 기름을 넣으면 되고 환급은 카드사가 받게 되는 셈이다. 유류구매카드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했다가 적발될 경우 가산세 등의 패널티가 부과되고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
□ 언제 시행되나=이한구 의원 등은 이 법률안을 2월 임시국회 중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이 통과될 경우 구체적인 시행령(총 환급한도 등 설정)등을 마련하고 수 개월 동안 카드사-국세청 등과 연계한 환급 시스템 구축 및 대상자 확정 등을 거쳐 5월1일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유류구매카드를 발급할 카드사 선정 문제도 시행 준비기간 동안 이뤄지게 된다.
다만 제도 도입시 불가피한 세수감소분 등을 고려해 시행령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환급액 및 총 환급한도 등은 미세한 조정될 여지도 충분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제도를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도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몰시한'이 규정되는 조특법에 규정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일몰시한이 존재한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되고 2009년 말까지 계속 유지된다. 일몰종료 후에는 제도효과 및 적정성 등을 검토해 연장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 적용대상은 얼마나 되나=한국자동차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2월 현재 1000cc미만 경차의 등록대수는 휘발유차 78만여대, LPG차 15만여대로 총 93만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수혜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제외할 경우 수혜층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측에 따르면 제도 도입시 구체적인 수혜층이 얼마나 될지는 정확한 추계가 어렵다고 밝혔다.
휘발유차 소유주의 경우 리터당 300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체감가격인하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1월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휘발유의 평균 가격이 1652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도입시 경차 소유주들은 1352원만 주고 자신의 차량에 휘발유를 넣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상선정이나 지급방식에 대해 도덕적 해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이 통과될 경우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획기적인 방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