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무능에 쉽게 좌절한 日국민이 더 큰 문제"
새정부 출범 한국에도 타산지석의 교훈 삼아야
잘못된 정치지도자가 경제를 망가뜨린 예는 드물지 않다. 최근에도 목격된다. 10년 장기 침체의 터널 출구까지 갔다가 역주행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좌절은 새 정부가 출범한 한국에도 교훈이 되기에 충분하다.
일본 경제가 회생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일본인의 소비 침체다. 일본 정치권은 그 원인을 두고, 정부의 지원으로 얻은 높은 수익을 설비 투자나 임금에 쏟기 보다 내부 자금으로 유보하는 기업을 비판하고 있다.
제로 금리와 낮은 임금으로 기업 부문을 집중적으로 회복시킨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현금을 들고 투자하지 않은 기업에게 정말 책임이 있다는 것일까.
그러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일본 경제를 망친 주역은 일본 정치권"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본 기업의 수익성은 급등하는 에너지·원자재 부담과 엔화 강세로 실제보다 높이 평가받고 있을 뿐이라는 것.
특히 집권당이었던 자민당을 중심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54) 전 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72) 현 총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66) 민주당 대표를 일본 경제 몰락의 주범으로 꼽았다.
◇경제가 중요한 문제야! 아베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대대적인 경제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80%에 달하는 나라 빚을 갚기 위해 정부 지출을 줄이고,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일본 투자 장벽을 허물고, 자유 무역을 위해 관세와 보조금을 철폐할 필요가 있다는 것.
경제 개혁을 추진한다면 연평균 2%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지만, 개혁하지 않는다면 성장률은 1.0~1.4%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9월 중도 사퇴한 아베 전 총리는 재임 기간 동안 경제 개혁에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추진한 경제 개혁을 중단시키고, 교육 개혁 같은 국가주의적 안건에만 매달렸다는 지적이다.
◇무능력한 후쿠다와 부패한 자민당
아베 전 총리보다 경륜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후쿠다 총리는 어떨까. 자민당과 민주당이 의회를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쿠다 총리는 무능력한 국정 운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후쿠다 총리가 목표를 추진하는 데서 근성이나 권위를 갖춘 지도자로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반대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소속 정당인 자민당에서도 무능력한 인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민당의 전통적인 표밭인 농부 등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느라 여야가 모두 합의한 정부 재정 개혁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특히 가장 큰 실책은 고이즈미와 아베 시절에 총리에게 넘어온 권력을 다시 자민당으로 넘겨줬다는 점에서 후쿠다 총리를 비판했다.
갖가지 부패와 스캔들로 얼룩진 자민당은 일본의 경제 개혁을 역주행시킨 세력으로 혹평받았다.
◇민주당 개혁성을 흐린 오자와
민주당에 시장 중심의 개혁을 주장하는 젊은 정치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민당을 밀어내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고 오자와 대표가 선두에 서 있는 한 경제 개혁은 요원하다는 것.
오자와 대표는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보다 소수 인사만 데리고 당정을 처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요미우리 신문의 와타나베 츠네오 회장이 자리를 주선해 후쿠다 총리와 단 둘이 자민당 대연립 문제를 추진하다 당내 비판으로 사임한 것도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후쿠다 총리를 맹렬히 공격하다가 대연립을 논의하고, 자민당을 비판하지만 자민당 구세대와 같은 생각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어, 변덕스러운 그가 일본 경제 개혁을 이끌어낼 민주당의 지도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코노미스트는 기사 말미에 무능한 정치권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국민이라고 꼬집었다.
투표권을 갖췄지만 일본이 가야할 방향을 정치권에 요구하기 보다 정치권의 무능에 쉽게 좌절한다는 것. 따라서 선거가 일본 정치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새 정부가 출범한 한국 정치권과 국민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