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과' 수입금액↑‥실제는 '빛 좋은 개살구'
고소득 직종으로 분류되는 병·의원들이 한 해 벌어들이고 있는 수입금액 통계가 최초로 공개됐다. 국세청은 최근 발간한 2008년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2006년 기준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 수입금액 현황을 공개했다.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란 의료.보건.교육 등 부가가치세(10%)가 면제되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개인사업자로 병·의원 사업자, 학원 사업자, 자유직업인(배우, 모델, 가수, 운동선수)등이 포함된다.
국세청이 수입금액 신고내용을 최초로 공개한 직업군은 병·의원, 학원, 배우, 모델, 가수 등 업종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국세청이 최근 2, 3년 동안 세무조사의 주요 타겟으로 삼았던 사업자들(고소득 자영업자)이다.
□ "병·의원 수입금액 통계, 절반만 믿어라?"=국세청은 지금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세금탈루 혐의가 짙은 수 천명의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세무조사해 수 조원의 탈루소득을 적출,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했다.
특히 이번에 수입금액 신고내용이 최초로 공개된 병·의원 사업자는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의 '단골손님'. 국세청 조사결과 병·의원 사업자들을 포함한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평균적인 소득탈루율은 46%에 달했다.
모든 병·의원 사업자가 벌어들인 소득의 절반을 빼먹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국세청이 병·의원 사업자에 대한 각별한 '경계심'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공개된 수입금액 신고내용을 100% 진실이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 수입금액 최다 병과는 '방사선과'(?)=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수입금액을 국세청에 신고한 병·의원수는 종합병원을 포함 총 5만8215개. 신고한 수입금액은 22조4647억5100만원이었다. 1사업장당 평균 3억8600만원의 수입금액을 올린 것이다.
이 가운데 종합병원을 제외하고 개인의원 중 가장 많은 수입금액을 기록한 병과는 '방사선과'다. 전국 266개 방사선과가 신고한 수입금액은 1811억4700만원으로 1사업장당 6억8100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안과도 많은 수입을 올렸다. 전국 1305개 안과의원이 신고한 수입금액은 8613억700만원으로 1사업장당 수입금액은 6억2100만원이었다.
산부인과도 1사업장 평균 4억7100만원의 높은 수입금액을 신고했으며 성형외과와 치과 등은 예상외로(?) 각각 3억3100만원, 3억2400만원의 수입금액을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금액은 비용 등을 차감하지 않은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사선과는 비용 등을 뺀 실제 소득금액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방사선과의 경우 첨단진단장비 구입 등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병과이기 때문에 별로 '남는 것'이 없다는 것.
이에 반해 안과와 성형외과, 치과 등은 투입되는 비용이 그리 많지 않아 남는 것이 많다는 분석.
즉 성형외과, 치과, 안과 등은 방사선과에 비해 수입금액은 적지만 실제로는 알짜소득을 올린다는 설명. 아울러 성형외과, 치과 등은 국세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소득탈루 위험성이 높은 사업자들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개된 수치가 실제와는 큰 거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병·의원 사업자들의 접대비·기부금 및 광고선전비 지출내역도 공개됐다. 법인형태로 운영되는 병·의원 822개가 2006년 사용한 접대비는 248억9100만원이었고 기부금은 법정기부금 등을 포함해 399억2500만원이었다.
또한 346억1500만원을 광고비로 사용했다. 1개 병·의원 법인당 4200여만원을 '홍보비용'으로 집행한 셈이다.
□ 역시 '돈'이 굴러다니는(?) 입시학원=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학원사업자 중 입시학원 사업자의 수입금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3만6282개 입시학원이 신고한 수입금액은 4조1012억3600만원으로 한 사업장당 1억1300만원의 수입금액을 신고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수입금액을 신고한 학원은 자동차운전전문학원들이었다. 248개 자동차운전전문학원들이 신고한 수입금액은 2039억1900만원으로 1사업장당 8억2200만원의 수입금액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입시학원들도 국세청이 꼽는 대표적 '소득탈루 혐의'가 짙은 업종에 속하기 때문에 수입금액 내역을 전적으로 믿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차이가 있겠지만 숨겨진 수입(?)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더 높은 수입금액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한편 자유직업인 중 배우, 모델, 가수의 수입금액도 공개됐다. 배우의 경우 2063명이 총 3732억3000만원을 신고 1명당 1억8100만원의 수입금액을 보였으며 모델의 경우 1134억8400만원의 수입금액을 신고(1122명, 1인당 1억100만원)했다.
이와 함께 413명의 가수가 629억8500만원의 수입금액을 신고해 1인당 1억5300만원의 평균 수입금액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