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상진 전방위 로비사건'의 주요 관련자 13명 모두에게 1심에서 예외없이 실형이 선고됐다.
김상진 사건 전담재판부인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12일 정윤재(44)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선고공판을 끝으로 이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모두 마무리 했다.
재판부는 이날 정씨에 대해 검찰의 공소 사실 대부분을 인정, 징역 1년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7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관련자들 가운데 지난해 12월 김씨와 '50억원 로비약정'을 맺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부산관광개발 전 대표이사 남종섭(73)씨와 고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인척 김영일(65)씨에 대한 첫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이래 정씨에 이르기까지 주요 관련자 13명에 대해 예외없이 실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은 효율적인 재판을 위해 김씨 관련자 재판을 제5형사부에 모두 맡겼다.
지난해 7월6일 김씨를 협박해 돈을 뜯은 김씨의 부하직원 진성표씨 기소를 기점으로 할 경우 재판기간은 8개월이 넘는다.
재판부는 주요 관련자 13명을 포함, 이 사건과 관련된 총 18명의 피고인을 상대로 모두 48회의 재판을 열었다. 법정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만 45명에 이르고, 재판기록은 2만6천800여쪽(공판기록 4천800쪽, 수사기록 2만2천쪽)에 달한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이면서 당사자인 김씨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1억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재향군인회 '브리지론' 대출금 190억원과 연산동 재개발사업과 관련, 119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 검찰의 공소내용 대부분을 인정했다.
세무조사를 무마해 준 대가로 김씨로부터 1억원의 거액을 받고, 전군표(54)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8천만원을 상납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상곤(54)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징역 4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전씨도 정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모두 인정돼 징역 3년 6개월에 추징금 7천94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특히 시종 범행을 부인해온 전씨에 대해 '기억이 자존심에 굴복했다'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인용, 전씨의 심리상태를 설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고종주 부장판사는 전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돈을 받은 것은 기억하지만 최고 공직자로서 자신의 자존심이 그 기억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끝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속사정을 일면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단초를 만들었던 김씨의 부하직원 진성표(징역 1년6월)씨, 김씨에게 대출 편의를 봐 주고 돈을 받은 부산은행 부부장 노모(징역 1년6개월)씨, 연산동 재개발사업 시공사 자금팀 차장 김모(징역 10월)씨와 영업2팀 강모(징역 1년)씨 등도 모두 실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불법으로 마련한 비자금으로 금융기관, 건설사직원, 공무원, 정치인 등 사업관련 관계인들에게 거침없이 뭉칫돈을 제공하고, 돈을 받은 그들 또한 김씨가 만든 더러운 마차를 탔다"며 "각종 불법이 만연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관련자 모두에게 시종 엄중한 잣대를 들이댔다.
부산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8개월간의 재판을 보면 사회부정부패에 대한 재판부의 척결의지가 매우 단호하고, 특히 공직자의 처신에 추상같은 판결을 내렸다"며 "이번 재판이 우리 사회를 보다 깨끗하게 만드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