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조세정책을 총괄하게 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에 이희수 국세심판원장(행시22회)이 13일 임명됐습니다.
일찌감치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이 신임 세제실장을 내정하고,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세제실장은 지난 2006년 6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조세정책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권오규 前부총리의 '세금교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조세분야에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아이디어를 겸비해 이명박 정부의 초대 세제실장 적임자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특히 이번 인사는 한동안 대(代)가 끊겼던 '심판원장 출신 세제실장'의 인사법칙이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983년 제2대 국세심판소장이었던 서영택씨가 최초로 세제실장(당시 재무부 제2차관보)으로 영전한 이후, 백원구씨(5대), 이근영씨(7대), 엄낙용씨(9대)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행시 14회 동기생인 이용섭 前건설교통부 장관(13대)과 최경수 前조달청장(14대)이 모두 '심판원장→세제실장' 영전이라는 관례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법칙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2003년 4월 참여정부 첫 세제실장에는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영룡 당시 민주당 수석 전문위원이 임명됐습니다.
김영룡 세제실장의 후임에는 당시 재산소비세심의관이었던 '9급 신화(神話)'의 주인공인 이종규씨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는 기존의 공식(?)과 반대로 세제실장에서 심판원장으로 자리를 바꾼 최초의 케이스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후 세제실장을 지낸 김용민씨(現감사원 감사위원)와 허용석씨(現관세청장)는 각각 심판원 상임심판관과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 출신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세제실장들의 행선지에 대해서도 일정한 법칙이 성립되고 있습니다.
지난 1990년 당시 세제실장이었던 김용진씨는 관세청장을 거쳐 재무부 차관과 과기처 장관 등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과거 '세제실장→관세청장' 출신입니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건설교통부 장관이었던 이용섭씨는 세제실장에서 관세청장으로 영전한 이후,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등으로 출세가도를 달렸습니다. 지난 10일 취임한 허용석 관세청장 역시 재경부 세제실장 출신으로 그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국세심판원장→세제실장→관세청장'이라는 인사법칙이 새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되살아났다는 평가입니다. 이러한 관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