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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유럽상공회의소 및 서울재팬클럽 신년하례식에서 "세법 해석 및 세무행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맞춰 한상율 국세청장은 1월 24일 미국상공회의소와의 간담회에서 "Advance Ruling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그리고 지난 3월 10일 신정부 출범 후 첫 번째로 가진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강만수 장관은 "세무관련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Advance Ruling)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일련의 발표내용을 종합하면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Advance Ruling)는 신정부의 소위 'business friendly'한 경제정책 추진의지가 조세측면에서 구현되는 대표적인 제도라고 생각된다.
사실 대규모 설비투자나 기업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투자시점에서 또는 향후 수익발생시점에서 얼마나 세부담을 해야하는 지가 경영의사결정의 주요 변수가 된다.
또한 자금시장통합법의 제정으로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이 자유화되는 금융 환경에서는 금융기관이 신규로 도입하려는 금융상품이 어떤 세무취급을 받을 지가 분명해져야 비로소 상품개발이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간의 마진(margin)차이로 수조원의 자금이 이동하는 금융시장의 생리를 생각하면, 유사 상품간의 10%이상의 세부담 차이는 특정 금융상품의 존립여부를 결정할 만큼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무상의 불확실성은 다국적기업의 국제투자의사결정에서는 더욱 더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 그것은 국제투자의 경우 그 투자 규모가 국내투자의 경우보다 대부분 훨씬 크기 때문에 세무상의 사소한 문제도 결과적으로 대규모 세부담 차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외국인 투자가가 느끼는 세무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지난 2월말경 홍콩에서 개최된 어느 조세분야 국제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하여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세미나 사회자는 향후 5년 동안 법인세율을 현행 25%에서 20%로 인하하겠다고 한 한국정부의 발표내용을 상기시키면서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이와 같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반면 한국의 세무행정과 관행이 현재와 동일한 경우와 법인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해도 한국에서 세무상의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개선되는 경우 중 어떤 경우를 더 바람직한 투자환경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해 참석자의 90%이상이 후자가 더 바람직하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반응이 보여주는 시사점은 첫째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가가 세무상의 예측가능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고, 둘째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세무상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는 일이 얼마나 외국인투자의 증대를 위해 긴요한 일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지금부터 주요 선진국 특히 미국, 일본, 네덜란드에서 시행되고 있는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Advance Ruling)의 주요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동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향후 조세정책당국의 제도 도입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Advance Ruling)란 납세자가 장래의 구체적인 거래의 세무상 취급에 관하여 과세관청에게 공적인 견해를 표명하도록 신청하고, 과세관청은 위 거래에 대하여만 과세관청을 구속하는 공적 견해를 표명하는 제도이다.
미국 국세청은 통칙(Revenue Procedure)에서 다양한 형태의 Advance Ruling 제도를 Letter Ruling, Closing Agreement, Determination Letter, Information Letter등으로 세분화하여 그 운영방식과 효력에 있어 약간씩 차이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2002년 국세청 기본통달(基本通達)에서 Advance Ruling 제도의 일종인 『사전조회에 대한 문서회답』을 운용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경우 2001. 3. 30 일반통칙(General Decree No. IFZ2001/293M)을 제정하여 Advance Ruling 제도를 도입하였는 바, 그 뒤로 두 차례의 개정을 통해 현재의 일반통칙(General Decree No. IFZ2004/125M)에 따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모두 신청자격에는 납세자의 신분에 따라 차별을 두고 있지 않다. 즉 동 제도는 특정 거주자 또는 외국인투자의 경우에만 한정하여 적용하지 아니하고 납세자 일반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되는 사안 또는 거래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는 데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납세자가 실제로 수행하거나 수행하였던 거래 중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제출할 수 있고, 법령의 해석·적용 기타 세무상 취급이 문제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최근 통달을 개정하여 2008.4.1.부터 『장래 행할 예정인 거래로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것』도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좀더 구체적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데 예를 들면 네덜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분참여 소득공제제도(Participation Exemption)』를 적용할 수있는 대상기업에 해당되는지 여부, 혼성(Hybrid)금융이나 혼성(Hybrid)법인체가 포함된 국제거래에서의 세무취급문제, 또는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의 존재여부에 대한 사전확인 등 특정사항에 대해서만 Advance Ruling을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미국과 일본은 개별적인 Advance Ruling의 구체적 내용은 해당 사안에 대하여 과세관청을 기속하는 효력을 가지나 납세자에 대하여는 구속력이 없고 납세자는 해당 거래에 관한 세무신고시 Advance Ruling과 다른 내용으로 신고할 수 있다.
한편 네덜란드는 개별적인 Advance Ruling의 결정사항에 대하여 과세관청과 납세자간 서면으로 공식적인 합의문을 체결하며 합의문에는 Advance Ruling이 유효하기 위해 납세자가 충족하여야 하는 요건이 포함되어 있다.
처리기간면에서 살펴보면, 미국은 처리 기간의 제한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90일~183일 내에 처리되며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다른 신청 사건에 우선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 원칙적으로 9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하고 네덜란드는 처리 기간에는 원칙적으로 제한을 두고있지 않으나, 구체적 사례마다 수 주에서 수 개월이 소요된다. 네덜란드의 경우 Advance Ruling의 유효기간은 원칙적으로 4년간 적용되며, 납세자의 요청에 의해 연장이 가능하다.
미국은 『연방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의하여 정보공개 대상에 포함되나, 공개시에는 납세자 성명·거래상 비밀·재무자료 등을 모두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납세자 정보를 일정기간 경과 전에는 비공개로 하더라도 일정기간 경과 후에는 공개하여 왔으나, 최근 통달을 개정하여 신청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과세관청과 납세자가 Advance Ruling 신청사항에 대하여 합의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납세자의 수수료 납부 여부에 대해 살펴보면, 미국은 구체적 사안별로 상세한 수수료 규정을 두고 있고 일본은 그 동안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으나, 최근 수수료를 부과하려고 개정 작업 중이며 네덜란드는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미국은 1964년에 38,910건, 1999년에 51,075건의 Letter Ruling을 생산하였는 바, 향후 동제도의 활용도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2002년 이래 각 세목 별로 상당 수의 선례가 축적되어 있으며, 향후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Advance Ruling 제도 도입이래 상당 수의 선례가 축적되어 있으며, Advance Tax Ruling을 전담하는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한 사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Advance Ruling제도 도입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의 기대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동 제도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Advance Ruling 제도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하나의 Ruling을 생산하는 데도 많은 인적자원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외 투자가들의 수요를 면밀히 분석하여 우선 수요가 높은 몇가지 분야로 제도의 적용대상을 한정하여 운영하고 추후 그 성과를 보아가며 대상범위의 조정 또는 확대를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근(경제학 박사/ UN조세전문가위원회 부의장/ 법무법인 율촌/ 前재경부 국제조세·법인세제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