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임기가 끝나는 금융통화위원 3명의 후임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 곧 착수된다.
새 금통위원 인선의 최대 관심사는 그동안 탐색전과 비슷한 모양새로 힘겨루기를 해온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세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7명으로 이뤄진 금통위원 가운데 3명이 교체되면서 금통위의 인적구성 자체가 종전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금융계와 한은에 따르면 한은법 시행령에는 `금통위원의 임가가 만료되기 30일 전까지 한은 총재는 해당 위원의 추천기관에 대해 위원 후보자의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강문수(재정부 장관 추천), 이덕훈(한은 총재 추천), 이성남(금융위원장 추천) 등 금통위원 3명의 임기가 4월20일로 만료되기 때문에 이성태 총재는 이달 20일 이전까지는 각 기관에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
이러한 요청 후 각 기관은 후보를 추천하고 청와대가 임명하는 것으로 절차가 마무리되는데, 늦어도 다음달 20일 이전에는 이 작업이 끝나야 한다.
따라서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쯤에는 기관별로 후보자 추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후보 추천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이성태 한은 총재가 독자 행보로 추천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임기 만료되는 금통위원 이외에 나머지 4명은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 총재와 이승일 한은 부총재, 심훈 위원(은행연합회장 추천), 박봉흠 위원(대한상의 회장 추천)이다.
이 가운데 심 위원은 한은에 입행해 34년간 요직을 섭렵한 골수 한은맨이기 때문에 4명 중 3명이 친BOK(한은의 영문이니셜) 인사인 셈이다.
따라서 이 총재가 새로 1명의 후보로 BOK 출신을 추천하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금통위원 가운데 한은 출신이 전체(7명)의 절반이 넘는 4명이 포진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금통위의 과반수를 장악한 한은이 정책금리 결정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소신으로 똘똘 뭉친 이 총재의 스타일로 볼 때 한은 출신 인사를 추천하는 강수를 둘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지만 과거의 예로 볼 때 청와대와 정부의 견제 또한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4월 당시 박승 한은 총재는 새 금통위원 후보로 박철 전 한은 부총재를 추천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이를 철회하고 이덕훈 위원을 대신 추천했다.
청와대 또는 당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진영에서 한은의 `박철 카드'를 반려시켰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2006년 4월에도 추천 기관인 대한상의와 은행연합회의 애초 추천 인물을 청와대 쪽에서 탐탁잖게 여겨 후보가 바뀌는 진통 끝에 박봉흠.심훈 위원으로 낙점됐다.
따라서 이번에도 각 기관에서 후보를 추천하기 전에 청와대와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재정부는 당연히 금통위에 한은의 과반수 장악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며 한은은 한은 나름대로 재정부의 입김을 배제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을 모색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여 두 기관 사이에 양보할 수 없는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통위원의 인적 구성만 놓고 볼 때 후임자들은 학계와 민간 인사로 채워질 공산이 커 보인다.
남은 4명의 위원 가운데 박봉흠 위원이 관료 출신이고 나머지 3명이 한은 출신인데다 떠나는 3명이 모두 학계.민간 출신이기 때문이다.
물러나는 강문수 위원은 학계.연구기관 출신으로 분류되며 이덕훈 위원은 학계 또는 민간금융계 출신, 이성남 위원은 민간금융계 출신이기 때문에 이를 승계하는 인선이 유력시된다.
또 지역과 출신학교 등도 고려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성태.심훈.박봉흠 위원 모두 출신 지역이 경남으로 서울대를 나왔고 이승일 위원이 충남에 연세대 졸업이기 때문에 호남.강원 또는 수도권 출신 인사와 여타 대학 출신으로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인선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