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부터 진행중인 부처 업무보고에서 연일 공직사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쓴소리'는 특히 경제부처에게 집중되면서 수위도 점차 높아지는 양상으로, 최근 대내외 경제환경이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경제살리기'를 위해 경각심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17일 경북 구미산업단지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최근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을 거론하며 "미리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대책을 세우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야 했는데 과거 부처 이름만 산업자원부였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가경제에 큰 죄를 지은 것이고,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부품소재산업 육성 정책에 언급, "20년 전부터 논의됐지만 아직 큰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절약정책에 대해선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에 대한 마인드가 너무 없는 것 같다. 구조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는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머슴"이라고 규정한 뒤 "하지만 말은 머슴이라고 하면서 국민에게 머슴 역할을 했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며 공직사회 고질병인 '무사안일'을 꾸짖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민간기업과 비교하면서 "기업은 잘못되면 부도가 나고 직원들에게 봉급을 못 준다"면서 "서민이 어려워하고 재래시장 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공직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일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부부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질책'은 외교통상부, 노동부, 행정안전부 등에서도 거의 예외없이 이뤄졌지만 경제 관련부처에서 특히 강도가 높아진다는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는 무엇보다 최근의 국내외 경제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인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공직사회가 먼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 '경제살리기' 공약을 내세워 승리를 거둔 이 대통령으로서는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다는 속내도 최근의 발언에서 읽혀진다.
아울러 대기업 CEO(최고경영인)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누구못지 않은 '경제전문가'로서 '시장의 잣대'로 공직사회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참모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실행계획) 없이 로드맵만 작성하는 정부부처의 관행에 대해 이 대통령이 체질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더욱이 최근의 경제상황을 '최악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