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정책 설문조사‥여론수렴·홍보 착수
"낮은 세율 필요"…"국민 세부담은 빠르게 증가"
비과세·감면 대폭 정비로 재정문제 해결
이명박 정부가 세금을 줄여주는 '감세' 정책을 국정과제로 정한 가운데, 정부가 적극적인 여론수렴 및 홍보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감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부터 유류세를 10% 인하하고, 법인세의 단계적 인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각종 세금을 줄이기 위한 '감세 드라이브'를 시작한 것.
그 첫 단추로 기획재정부는 1일부터 한달 동안 감세정책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설문조사는 조세일보와 재정부, 국세청 사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유류세와 관련해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고, 세금을 인하할 논리조차 찾을 수 없다며 '절대 불가' 방침을 거듭 강조하던 재정부(舊재정경제부)였다.
그러나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로 유류세와 법인세 등의 인하방안을 담은 감세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류세는 지난달 10일부터 탄력세율 적용을 통해 세율 10%인하방안이 시행되고 있으며, 법인세도 2013년까지 5년간 총 5%P를 내리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이미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지난달 21일부터는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공제폭이 최대 45%에서 80%로 대폭 확대됐고, 관세도 내달부터 사상 최대규모인 69개 품목에 대해 '무세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이어 재정부는 1일 '조세정책 홍보를 위한 설문조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감세를 위한 정책실천 드라이브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낮은 세율' 필수적‥세부담은 빠르게 증가= 재정부의 감세 드라이브는 설문조사 내용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재정부는 설문에서 "국제적으로 세율을 낮춰 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조세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국제 유가 상승 등 대외경제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업의 대외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에게 유리한 '낮은 세율' 구조의 경제환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최근 국민들이 납부하고 있는 세금 부담 수준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재정부는 "우리나라 국민이 부담하는 총 조세부담액은 경상 GDP의 21.1%수준이며 지난 2년간 약 1.6%P 증가했다"며 "즉 조세부담액은 GDP 증가속도보다 2배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법인세·유류세 인하‥국내외 여건악화 대응 조치?= 이번 설문에서는 지난달 발표된 법인세와 유류세 인하조치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재정부는 "세계 각국이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고, 경쟁국인 싱가폴, 홍콩, 중국, 대만도 법인세율을 인하하거나 인하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인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특히 법인세율을 인하할 경우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에 대해 재정부는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대기업이 그 혜택을 더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그 혜택은 법인의 배당을 주주에게, 상품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고용·임금 증가를 통해 근로자에게,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깊이 있는 논리적 분석이다.
유류세 인하조치에 대해서는 "최근 고유가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서민·중산층 유류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책의 적절성 여부를 묻기도 했다.
□ 감세에 대한 우려‥비과세·감면 대폭 정비 등 보완= 그동안 감세정책과 관련 지적되어온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재정부는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으로 ▲규제완화 병행 실시를 통한 기업환경 개선 ▲세원투명성 제고노력 등 과세기반확충 ▲비과세·감면제도의 대폭 정비 ▲세출절감 노력강화 등이 추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감세 후 정부재원이 축소돼 중소기업과 중산 서민층의 사회보장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재정부는 "서민에게 꼭 필요한 복지지출 수준을 유지 또는 확대해 나갈 수 있다"며 "정부의 감세정책에는 중소기업과 서민 등 취약계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인세 과표구간 조정 및 근로장려세제(EITC) 등의 정책도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