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치러질 총선 직후를 겨냥해 국세청 조사국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스탠바이(stand-by) 상태에 들어갔다. 이들은 현재 곧 있을 '큐' 사인을 기다리며 숨을 고르고 있다.
이번 주는 또 오는 9일로 예정된 총선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세제개편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특히 정당들이 내세운 공약 중에서는 감세 등 조세분야의 핵심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조세정책 방향 흐름을 점쳐볼 수 있는 것.
국세청은 또 이 달 2008년 1기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기간을 맞아 이번 주부터 적극적인 세원관리체제에 나선다. 이번 부가세 신고실적이 올 한해 목표세수 달성여부에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
■ 국세청 조사국 '조사준비 끝∼' 언제라도 내보내 주세요
지난해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부터 사실상 세무조사 활동을 자제해왔던 국세청 조사국이 오랜 동면을 마치고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세청은 현재 심층세무조사를 맡은 조사국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지금 ▲로펌 ▲고철매점매석 단속행위 등에 대해 활동하고 있었을 뿐, 성실납세를 담보하기 위해 벌이는 국세청 고유의 정기세무조사 등은 어찌된 영문인지 오래도록 자제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4월9일 총선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조사국 조사요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변해가고 있다. 며칠 전까지 보여왔던 나른한 봄날을 만끽하는 모습보다 잰 발걸음으로 뭔가 임박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너무 오래 쉬었다. 총선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본연의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 직원의 이야기가 국세청 조사국 분위기의 모든 것을 설명했다.
■ 각양각색 조세공약‥정부도 총선 결과에 '촉각'
오는 9일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내놓은 공약에는 감세방안 등 주요 조세정책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는 총선결과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조세정책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되는 시기.
한나라당에서는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법인세율 인하를 비롯해 소득세율 단계적 인하 및 물가연동제 도입, 개별소비세 품목 축소 등 감세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도 이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창조한국당은 중소기업의 법인세율에 대해 인하가 필요하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다.
통합민주당은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경제 선순환 구제로 이어진다는 전제가 불분명하다며 조건부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수송용 유류세를 10% 추가인하하고, 버스와 화물차의 유류세 면제를 추진하는 등 일부 감세방안을 내놨다.
반면 민노당은 법인세 인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는 한편, 부유세 도입 등 조세정의 실현을 통해 소득 재분배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획재정부에서는 올해 대규모 세제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구체적인 방안을 총선 이후에 내놓는다는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각종 세법의 입법을 담당할 정치권의 판도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도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올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감세 등 주요 정책방향도 많이 달라진 만큼 세제분야에서도 많은 손질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총선 이후부터 본격적인 실무 검토작업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들은 오는 7일부터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경쟁력과 성장 제고를 위한 유럽형 조세정책'을 주제로 열리는 제2차 브뤼셀 조세포럼 회의에 참석한다.
관세분야 실무자들은 7일부터 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DRAM 상계관세 분쟁에 대한 WTO 중재회의에 참석하고,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FTA 제22차 이행위원회에서는 양허균형 재조정 및 상호대응세율 선별운용근거 명확화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국세청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엄정관리
국세청은 이 달 2008년 1기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기간을 맞아 이번 주부터 고강도 신고관리 체제에 나선다. 국세청은 이번 주부터 적극적인 성실신고 안내를 벌인 뒤, 이를 무시한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엄중한 사후관리를 벼르고 있다.
특히 세법개정으로 작년부터 불성실신고 가산세율이 10%에서 40%로 대폭 인상됐기 때문에 이번 신고기간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세금계산서 미교부나 가공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경우에도 가산세가 공급가액의 1%에서 2%로 상향조정된 만큼 국세청의 가짜세금계산서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예상된다.
국세청은 또한 납세자의 국세불복에 대한 심리자료를 전산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납세자의 시각에서 국세행정을 평가한 '납세자 신뢰도 평가'를 국세청 인사에도 반영하기로 한 만큼 납세자 불복에 대한 심리자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
한상률 국세청장은 지난 3일 간부들과의 성과계약을 통해 국세행정에 대한 납세자 신뢰도를 30% 반영키로 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