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성주헌 교수팀.질병관리본부..3년여간 쌍둥이 1천200여명 분석
가족 유전율..키 65%, 콜레스테롤 60%, 혈압 40~45%
국내 쌍둥이의 특성에 대한 국가차원의 연구조사 중간 결과가 나왔다. 국가 차원의 쌍둥이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쌍둥이-가족 건강증진 사업'은 질병관리본부가 2005년부터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국책사업으로, 서울대 보건대학원 성주헌(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 교수가 총괄연구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 부산백병원, 단국대의대 등의 `한국 쌍둥이 연구회' 회원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 4년차인 올해 4월까지 약 1천200여명의 성인 쌍둥이(30세 이상)와 그 가족 1천100여명이 쌍둥이-가족 건강증진 사업에 참여했다.
10일 중간 연구결과 분석에 따르면 국내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쌍둥이 출생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현재 1천명당 20명꼴로 쌍둥이가 태어나고 있다. 연구팀이 국제학술지(Twin Research and Human Genetics) 등을 통해 발표한 연구논문 등을 토대로 쌍둥이 연구결과를 간추려 본다.
■ 국내 쌍둥이 가족 질환 유전율 높다 = 사업단이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내 쌍둥이의 키 유전율(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65%에 달했다. 심혈관질환과 관련된 요인들 중에는 고밀도(HDL)콜레스테롤이나 저밀도(LDL)콜레스테롤 값의 유전율이 각각 60%와 55%로 높게 나타났다.
몸무게와 비만도도 각각 약 50%, 허리둘레는 약 45%, 혈압은 약 40~45%, 혈당은 약 40% 정도가 유전적인 요인이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활습관 요인에서도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흡연 습관도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총 20갑 이상의 담배를 피워본 경험'은 약 25%, 니코틴 중독 증상은 약 40% 정도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일란성 쌍둥이도 어른 되면 성격.기질 달라져 = 4년여의 검진사업 결과 국내 쌍둥이들은 각막의 모양이나, 안저소견, 유방암촬영의 결과, 심장의 모양, 몸을 이루는 뼈의 모양새 등은 일란성 쌍둥이들끼리 놀라울 만큼 똑 같은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성격.기질 검사 결과, 식습관.비만도.운동량 등은 일란성 쌍둥이들끼리도 어른이 된 후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쌍둥이들 간에 매우 똑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유전요인이 결정하는 힘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쌍둥이들 간에 차이가 매우 크다면 그것은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흡연 습관이나 비만도, 혈당이나 혈압 등의 경우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 요인'으로 평가했다.
성주헌 교수는 "유전적 요인은 쌍둥이나 그 가족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지표"라며 "이를 뒤집어서 생각하면 니코틴 중독 증상이 있는 사람들도 60%는 의지와 환경적인 변화를 통해서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또 "대장암이나 유방암의 경우는 쌍둥이 간에 일치도가 높은 반면, 파킨슨씨병은 쌍둥이 간에도 거의 함께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덧붙였다.
■ 유방암 쌍둥이 형제를 둔 쌍둥이가 유방암 걸릴 확률은 20배로 높아져 = 만약 한 명의 쌍둥이가 유방암에 걸리면 다른 한 명의 쌍둥이가 유방암에 걸리게 될 확률은 약 20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조사에서도 이 같은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일란성 쌍둥이들의 경우 수정란이 둘이 되면서 쌍둥이 형제-자매를 가지게 되는 것이어서 유전적으로는 똑 같은 자기의 분신이지만 좁은 어머니의 뱃속에서는 더 많은 영양분과 혈액을 공급받기 위해서 경쟁을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의 15~20% 정도의 일란성 쌍둥이는 태어날 때 몸무게가 똑 같은 게 아니라 10% 이상 서로 다른 몸무게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는데 심한 경우에는 30~4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몸무게가 더 적은 쌍둥이 형제가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더 높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결과를 보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러한 차이가 거의 없어져서, HDL 콜레스테롤만 약간 더 낮을 뿐 거의 대부분의 심장질환과 관련된 수치들은 쌍둥이들 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HDL 수치가 높을수록 심장질환의 위험이 적어진다.
■ 쌍둥이, 언어발달 과정 세심하게 지켜봐야 = 쌍둥이들은 일반적으로 늘 `가장 좋은' 친구가 있기 때문에 지능발달이나 정서발달에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한가지 유의할 것은 언어발달 과정을 세심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즉 쌍둥이들 끼리만 통하는 말들을 만들어서 둘이서만 이해가 되는 대화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게 너무 심해지면 언어발달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의 `은어'는 금지 시키기 보다 다른 말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또 서로 일정한 독립심을 길러주는 게 좋은 만큼 가급적 어느 정도 이상의 나이가 되면 옷이나 머리모양, 학교의 학급, 사귀는 친구 등도 똑같이 하는 것 보다 약간씩 다르게 하는 게 좋다. 서로 아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격과 개성을 가진 개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성 교수는 "쌍둥이는 태어나면서 2~3살까지는 약간 작은 편이지만 그 차이는 곧 없어지고, 쌍둥이라는 특성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다루어져야 하지만, 고학년 정도가 되면 이런 문제들도 없어진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성인이 된 후 쌍둥이라는 특성이 일반인과 다른 건강문제를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올해에도 35세가 넘은 쌍둥이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건강진단 항목은 심혈관, 당뇨, 갑상선, 신장, 간기능, 폐기능 등의 일반적인 검사와 전신비만(DEXA), 골다공증 (DEXA), 여성암검진(유방.자궁암 등), 전립선암 검사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삼성의료원에서는 정밀 안과 검진과 발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밀 검진 등 첨단 검사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검진비는 모두 무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