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FTA법안 90일이내 처리 의무규정 무력화
TAA 등 여야 극적합의 없으면 연내통과 어려워
미 하원이 10일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행처리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실력행사를 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미.콜롬비아FTA 처리와 관련, 무역촉진권한법(TPA)에서 정한 90일 이내에 수정안 없이 찬반 투표만 할 수 있도록 의무 규정을 무력화하는 결의안을 전격 채택했다. 하원은 이 결의안을 찬성 224표 대 반대 195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미.콜롬비아FTA 법안을 TPA 규정에 귀속되지 않고 다른 법안과 마찬가지로 의회의 일정에 따라 처리할 수 있게 돼 대선 이후에나 이 문제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연내 처리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미.콜롬비아 FTA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한미FTA에도 불똥이 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FTA 기약없는 신세 전락
조지 부시 대통령이 연내 처리를 목표로 제출한 미.콜롬비아 FTA는 이제 언제 통과가 될지 모르는 기약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무역조정지원법(TAA) 개정안을 포함한 무역관련 법안들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양보를 통해 극적인 합의를 시도하지 않는 한 미.콜롬비아FTA에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해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콜롬비아FTA를 다시 논의하려 들 가능성이 현재로선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하원의 FTA 심의절차 변경은 의회와 행정부의 오랜 관행을 무시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FTA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TPA 의무규정 때문에 표결을 강요받을 수 없다는 대(大) 반격인 셈이다.
이 같은 펠로시 의장의 강경대응은 사실 충분히 예고됐었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부시 대통령이 의회와 충분한 사전 조율과 합의를 거치지 않고 미.콜롬비아FTA 법안 의회 제출을 강행한 것과 관련, 하원은 법안처리 규칙을 변경하기 위한 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날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실력행사를 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하원총회 직후 "대통령이 조치를 취했다"면서 "나도 내일 나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었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조치는 부시 대통령에 대해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이기 때문에 향후 의회와 행정부가 상당기간 냉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
◇한미FTA에도 적신호..쇠고기타결.한미정상서 돌파구 기대
이런 의회와 행정부의 냉전이 해소되지 않으면 한미FTA의 의회제출 시기도 점점 지연돼 연내 처리 목표를 어렵게 만들 소지가 다분히 있다.
외교통상전문가들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연내 처리하려면 대선에 따른 휴회 등 의회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늦어도 5월-6월초에는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 의회는 8월2일부터 1개월간 여름휴가에 들어가고 9월26일부터 대선 지원을 위해 휴회에 들어갈 계획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FTA 법안 처리절차 변경결의안이 콜롬비아FTA에 국한됐고, 한미FTA는 미국의 최대관심사인 쇠고기 문제가 극적 타결될 가능성이 남아 있고, 이달 중순 미국을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양국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내 통과의 불씨는 살아 있다고 한미통상전문가들은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한미FTA의 연내 처리는 콜롬비아FTA 처리 상황에 많이 좌우되겠지만 콜롬비아FTA 처리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한국 문제가 별도로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현재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중국 등과 FTA 체결을 준비하고 있어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에 한국과의 FTA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아시아에서 지정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시장을 EU와 중국 등에 선점당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의 쇠고기와 돈육업자 등 농축산업계에서는 EU가 한국과 먼저 FTA를 체결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외교통상전문가들은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