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이 있으면 바로 잡고 올바른 길로 가야 한다."
삼성그룹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난 석달 간의 수사에 대해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는 말로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윤정석 특검보는 15일 브리핑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평을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잘못된 것을 밝혀내서 다루는 파사현정의 정신이 특검팀의 화두였다"라고 말했다.
파사현정은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부처의 어긋나는 가르침에서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최근 취임한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등 공직에 새로 취임한 고위 공직자들이나 위기에 직면해 정치적 결단의 순간에 서 있던 유명 정치인들이 공식 석상에서 이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윤 특검보의 이날 발언은 특검팀이 거대 재벌인 삼성그룹이라는 '강적 중의 강적'을 만나 '경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후회 없이 수사했고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음을 의미하는 말로 풀이된다.
윤 특검보는 "이건희 회장 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좌우명이 사필귀정(事必歸正: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운을 뗀 뒤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마음과 똑같다"고 말했다.
윤 특검보는 이어 "상당히 열심히 했다"고 자평한 뒤 "(수사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잘했다고 해 주시고 미진한 부분 있더라도 열심히 했다는 점은 충분히 고려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특검 수사기간 내내 재벌그룹의 비리를 발본색원해 척결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원칙론과 글로벌 기업의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재계 등의 현실론 사이에서 적지 않게 고민해 왔음을 내비친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자평에도 불구하고 차명재산과 로비 의혹과 관련해 개운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점 등은 특검 수사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특검보는 "우리 경제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정반합(正反合)적인 좋은 방향으로 하겠다"라며 "기업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파사현정이라고 느낄 만하냐는 질문에는 "수사 결과와 관계된 말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