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세청, '세무조사' 패러다임 바꾸나

조사건수 축소…세무조사 유예 확대

국세청의 가장 핵심적인 행정업무 중 하나인 '세무조사 행정'의 패러다임에 변화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친(親)기업적 경제환경 조성'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무조사 행정은 국세청의 존재이유나 다름없다. 그러나 폐쇄적인 세무조사 행정운영으로 객관성과 투명성에 있어서는 많은 '의문점'을 내포하고 있었던 행정분야이기도 했다.

또 세무조사와 연계된 '비위사건'도 빈발, 객관성과 투명성 결여에 따른 부작용이 많았다. 

최근 국세청은 '대국민 신뢰도 제고'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세청은 세무조사 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 그 전제조건으로 국세청은 세무조사 행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 조사건수 축소, 세무조사 유예 확대=기업친화적 세정환경 조성을 명분으로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축소, 납세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성실신고 담보에 필요한 적정수준의 세무조사만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 2007년 국세청은 1만9000여건의 세무조사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국세청은 전년대비 5∼10% 축소한 1만8000건 수준으로 세무조사 건수를 제한할 방침.

지난 2005년에는 2만6000여건, 2006년 2만2000여건 등 최근 몇 년 동안 국세청은 세무조사 건수를 줄여왔다. 국세청이 각종 요건을 감안해 세무조사 대상을 전산으로 선정한다는 측면에서 인위적인 세무조사 건수 축소가 가능하다. 

국세청은 ▲신규고용증가기업 ▲성장동력확충기업 ▲지역경제활성화기업 등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세무조사 유예를 적용해 줄 방침.

신규고용증가기업의 범위는 신규고용을 전년대비 3∼5%늘린 중소기업 및 대기업, 신규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마련한 중소기업들이 포함된다. 성장동력확충기업의 범위도 제조업.물류업 등 생산적 중소기업, 수출액 비율이 20%이상인 수출 중소기업,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참여 중소기업 등이 포함된다.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에는 ▲디지털TV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홈네트워크 ▲바이오신약.장기 ▲디지털컨텐츠 ▲차세대전지 산업 등이다.

또한 지방소재 20년 이상 장기사업자, 지방자치단체가 육성하는 지역 전략산업 등의 경우는 지역경제활성화기업 범주에 속해 세무조사 유예가 적용된다.

국세청은 아울러 세무조사 기간을 최소한으로 묶을 계획. 지방청 및 일선 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조사기간 연장의 적정성 등을 엄격히 심사해 결정토록 할 예정이다. 또 소규모 납세자 등은 세무관서 사무실 조사 위주로 전환키로 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세무공무원들이 세무조사시 납세자로부터 공무 이외의 부당한 편의를 제공 받지 못하도록 직무교육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 세무조사 유예…어떤 효과 있나?=세무조사 유예는 아예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납세자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납세자에 대해 조사를 일정기간 동안 유예(이연)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올해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 국세청이 정한 기준(신규고용증가기업 등)을 채운 법인에 해당된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에 정기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부여하는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유예할 경우 유예기간 동안 세무조사 부담 없이 기업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기업 조사유예는 고용여력이 있는 기업이 세무조사 부담 완화를 위해 신규고용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유예 확대가 세무조사의 근본적 목적인 '성실신고 유인책 제공'을 훼손할 가능성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유예 대상자라 해도 탈세제보 등 구체적 탈루혐의가 있을 경우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며 "조사대상 선정제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성실신고 유도라는 세무조사 목적 달성에는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 세무조사 객관성, 투명성 확보 방안은?=국세청은 세무조사 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성실사업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조사대상 선정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조사결과 성실도 및 업종별 성실도에 따라 조사주기를 달리하는 '차등선정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4년 주기인 대기업의 경우 차등선정을 통해 조사주기가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으로 달라지게 된다.

특정기업에 대한 개별 분석방식은 자제하고 업종별.유형별 심리분석 후 상대적으로 불성실한 기업을 조사대상에 넣을 계획이다. '미운 놈 손 봐주기'식 세무조사 행정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소규모 성실사업자에 대해서는 '성실납세 자기평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기업이 성실도 평가 결과를 제출하면 국세청이 검증해 성실도가 일정수준 이상이 되는 경우 정기조사 선정에서 제외해주는 제도다.

기업들이 자기진단을 할 수 있도록 성실도 평가서 매뉴얼도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쇄신방안에서 밝힌대로 지방청간 교차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지휘라인(국장, 과장)을 수시로 교체해 납세자와의 유착소지를 제거키로 했다.

아울러 조사관리자와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참여해 조사대상자의 애로사항을 공식적으로 접수.해결하는 '조사상담위원회'를 설치.운영할 방침이다. 지방청 조사반에 여직원을 증원(조사반당 평균 여직원수 1명 수준으로 증원계획)해 부조리 견제를 도모키로 했다.

또한 일정규모 이상 대기업 조사는 '조사 전문요원 Pool'을 활용, 기업 특성에 적합한 전문요원을 배합해 조사반을 구성해 선택과 집중에 무게를 둔 조사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방식도 개선=국세청은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방식도 개선할 방침이다. 세무조사가 외국인투자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큰 물줄기다.

국세청은 최근 주한미상공회의소와의 간담회 당시 발표한대로 외국계 기업에 한해 세무조사 사전통지 기간을 10일전 송달에서 15일전 송달로 변경.시행했다. 본사가 외국에 있는 외국계기업 사정을 감안해 5일간의 '준비시간'을 더 준 셈이다.

국세청은 또 외국인투자자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조세조약을 해석·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특별한 위법사실이 없을 경우에는 '조기 조사철수제도'를 적극 활용, 실적을 짜내기 위한 조사행정을 지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외국계기업 세무조사시 가장 큰 쟁점이 될 수 있는 이전가격 과세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이전가격심의위원회와 이전가격사전승인제도(APA)활성화를 추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