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맞는 소리로도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곱씹어보면 탈세를 해도 발각될 경우 포탈세액을 납부할 능력만 된다면 얼마든지 용납될 수 있다는 표현으로 왜곡될 소지가 충분하다.
최근 삼성을 비롯해 일부 중견기업체들의 오너들이 조세포탈혐의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지만, 이들 탈세기업인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법집행을 놓고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광주,전남지역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D그룹도 500억원대 탈세혐의로 국세청에 적발돼 회사 오너가 고발조치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관할법원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이 회사 오너에 대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광주지방국세청도 담보제공만 이뤄진다면 포탈세액에 대한 납기연장 등 가능한 세정지원책을 마련해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와관련 광주국세청의 세원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탈세기업이라도 회사가 무너지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적절한 담보제공만 이뤄진다면 납기연장 등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조세관련 전문가들은 광주국세청 관계자의 발언은 조세정의를 상당히 손상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탈세를 하고도 관계당국에 적발만 되지 않으면 되고, 설사 적발되더라도 포탈세액에 약간의 가산세만 납부하면 되지 않겠냐는 것은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대부분의 성실납세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게 이 전문가의 지적.
또 다른 세무전문가도 "국세청의 세무조사 축소 방침이나 지나친 규제완화 조치는 일부 부도덕한 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기업적 정서를 앞세운 기업친화적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도 친기업적 세정지원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의 비즈니스프랜들리 정책은 정당한 법 테두리 안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들에 한해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지, 조세포탈이나 횡령 등 부당한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까지 포함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세당국도 유리알 지갑 신세를 한탄하며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는 봉급생활자나 성실납세 기업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면 보다 신중한 처신과 정책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특정 기업인에 대한 차별화 잣대가 있다면 결국 대부분 선량한 납세자들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