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청·차장실을 비롯 각 국장들의 집무실을 투명유리벽으로 교체했고 앞으로 관세청 본청 과장실, 일선 세관장 집무실도 추후 여건을 고려해 투명유리벽으로 모두 교체할 방침입니다.
국세청은 관세청과는 조금 다릅니다.
청·차장실 유리벽 설치공사와 함께 기존 수송동 국세청사 14층에 위치해 있던 청·차장실과 운영지원과장실, 기획조정관실을 12층으로 이전하고, 기존에 12층에 있던 감사관실과 감찰담당관실 등을 14층으로 올리는 '층간이동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현재 12층 청·차장실 등 유리벽 설치공사 및 이전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국세청은 다음 주 유리벽이 설치된 청·차장실을 내·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투명행정'의 상징? '전시행정'의 상징?= 청·차장실 등의 외벽을 유리벽으로 교체하는 취지는 국세청과 관세청이 비슷합니다. 국세청은 '투명한 세무행정의 상징', 관세청은 '투명한 관세행정의 상징'이라는 취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취지는 있어야 두 부처가 유리벽 공사에 쏟아 부은 '혈세(血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관세청은 유리벽 공사에 수 천 만원, 국세청은 층간이동까지 겹쳐져 이 보다 훨씬 많은 수 억원대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 관세청장실이나 국세청장실 등은 내부인이(공무원) 아니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일반인으로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국세청 수뇌진의 집무실이 모여 있던 국세청사 14층에는 방호원까지 배치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드나들 수 없도록 통제해 왔던 것이 현실입니다.
다시 말해 관세청이나 국세청이나 청·차장 집무실 등을 유리벽으로 교체한다고 해도 출입제한이 엄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예산낭비'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수뇌진들의 집무실 외벽을 유리벽으로 교체하는 것 자체가 '투명행정'을 상징하는 것인지 단순한 '전시행정'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 납세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 선행 돼야= 따라서 투명행정을 기치로 유리벽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현재가 아닌 앞으로의 액션플랜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불필요한 오해와 뒷말을 듣지 않게될 것입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세목은 상이하지만)일반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기관입니다. '국가조세권력'을 상징하는 기관들입니다.
국세청과 관세청이 최근 들어 '친(親)기업, 친(親)납세자 지향'의 서비스 기관을 표방하며 변화를 위한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 납세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두 부처에 대한 평가는 두 부처가 내세운 목표지향점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입니다.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고 해서 납세자들의 인식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한 바람'인 것도 사실입니다.
시시각각 돌아가는 '라이브'한 경제현장에서 납세자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행정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또 이러한 변화가 오랜 시간을 두고 누적이 된 뒤에야 납세자들의 인식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투명유리벽 교체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납세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에서의 변화가 제대로 수반되지 않은 채 책상머리에 앉아 그럴 듯한 수사로 행정의 변화만을 선전한다면 투명유리벽 교체와 같은 행위는 말 그대로 '전시행정의 전형, 예산낭비 사례'로 평가절하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납세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행정서비스의 '진화'를 동반한다면 투명유리벽 교체라는 행위가 수반하는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정당성 확보 뿐만이 아닙니다. 유리벽 교체의 취지가 단순히 '투명한 세무(관세)행정' 구현의 상징에 불과할 지라도 진정한 행정서비스의 변화가 오버랩된다면 납세자들이 내리는 평가는 그 이상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