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공기관장 공모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내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발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어서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정부 "낙하산 인사 안한다"
그동안 공기업.준정부기관은 나름대로 공모절차를 갖고 있었다. 사원 대변인이 들어가는 임원추천위원회와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무늬만 공모'인 경우가 많았다. 주무부처의 고위 관료 출신이나 여당에서 활동했던 정치인 등이 사전에 공공기관장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형식적인 공모절차를 밟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내려온 공공기관장은 해당기관 직원들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으며 이는 지나친 급여와 복지의 상승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재정부는 앞으로 이런 방식의 공모는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배국환 재정부 차관은 "그동안 실질적인 공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후보자가 정치적인 로비 등을 벌일 경우에는 불이익(탈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점에서 실행력이 어느정도 담보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배 차관은 "이번 발표는 주요 공공기관장을 민간 전문가로 뽑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앞으로 정말로 민간전문가를 선임하는지 여부는 그 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자신했다.
◇ 어떤 기관들이 해당되나
재정부는 90여개 공공기관들이 해당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관들은 ▲한전.주공.토공.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주요 공적연금 ▲우리은행.우리금융.기업은행 등 민간과 경쟁하는 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출연구기관과 국립대학병원장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공기관 등이다.
305개 공공기관 중 이들 '90여개 주요 공공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공공기관에 대해 어떻게 할지는 재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런 원칙이 적용되는 공공기관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아울러 현재 공모가 진행중인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민간 전문가'를 선임한다는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규모가 큰 공공기관의 장 상당수는 민간 전문가로 채워질 전망이다.
◇ 문제는 없나
이번 조치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낙하산인사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관료.정치인 출신만이 낙하산 인사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임명권자의 친소관계 등에 의해 선임됐다면 '낙하산 인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임원추천위가 보다 공정하게 구성되도록 돼야 하고 임원추천위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인물이 기관장으로 정해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현재는 임원추천위가 3∼5배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유능한 전문가를 찾기 위해서는 형식에 지나치게 치우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남대 곽채기 교수는 "공모라는 형식적 절차가 민간전문가 영입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민간 전문가 인력풀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해당 기관의 특성에 맞는 기관장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