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정권초기 공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힘있는 기관들이 힘 자랑하듯 서로 칼을 빼들고 공기업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효율성을 위해 힘있는 기관간 업무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3월 한국전력과 산업은행 등 31개 시장형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1단계 감사에 착수한데 이어, 5월 들어선 지난 6일 대한석유공사와 대한석탄공사 등 준정부기관 70개에 대해 대대적인 2단계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수사의뢰 때문'이라는 명목으로 2단계 감사착수 1주일만에 대검찰청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이 대대적인 공기업 수사에 나서면서부터 공기업 1곳에 사정기관 2곳이 감사와 수사를 각각 벌이는 이상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숱한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만한 경영과 나눠먹기식 성과급 지급 등을 일삼는 공기업을 바로잡기 위해선 정권초기에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 감사원 감사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검찰까지 나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과 감사원이 동시다발적으로 각각 수사와 감사에 나서는 것은 서로 밥그릇을 빼앗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권초기 서로 공을 다투기 위한 것은 아니냐 하는 해석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일반기업들의 경우는 행정효율성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이 한꺼번에 조사에 나서는 것을 행정조사기본법으로 막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및 공기업은 행정조사기본법의 중복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
검찰은 수사상 회계자료 등을 아예 원천적으로 압수해오는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단 수사가 착수되면 감사원 감사나 국세청 세무조사 등은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검찰수사가 이뤄지는 동안은 세무조사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감사원 감사가 먼저 착수되고 검찰수사가 뒤따른 것이 문제. 현재 공기업 감사에 나선 감사요원들은 뒤따른 검찰수사로 장부확보를 못해, 검찰에 필요한 자료를 '구걸'하는 형식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간 방만 경영의 대가로 양대 권력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 공기업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불편하다는 사실마저도 외부에 알리기를 꺼려하고 있다.
해당 공기업 관계자는 "검찰의 조사가 진행중인 것도 물론 우리 조직에 부담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감사와 검찰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외부에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감사원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감사원 직원들 사이에선 "검찰이 감사원 감사결과를 지켜본 뒤 수사자료에 참고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이 정부기관간 효율성을 위해 나은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크게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예정 기업에 검찰이 먼저 수사에 들어가 자료를 압수해 가면, 수사결과를 기다려 검찰 쪽에 요청해 해당자료를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금은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섰더라도 감사할 사항에 대해서는 감사한다"고 말해 모양새 구기는 '철수'는 없음을 확인했다.
한편, 대검 관계자는 "우리도 감사원의 감사내용을 살펴보고 감사원의 고발내용을 참고해 조사하지만, 전반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조사할 뿐 감사원의 감사여부가 우리에게 중요하진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사법처리기관이고 감사원은 행정적인 부분을 처리할 뿐"이라며 "중복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중복조사논란을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