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국민과의 소통'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민심이반과 그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뼈저리게 절감한 뒤 몸을 낮추며 연일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 "식품안전과 관련해 국민과 완벽하게 소통하는 데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고 처음 인정한 뒤 21일 현재까지 일관되게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특히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의 단독회동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기 보다는 손 대표의 지적을 가급적 많이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차 영 민주당 대변인으로부터 "이 대통령의 자세가 쇠고기를 통해 달라졌다는 느낌이었다"는 긍정적 평가까지 받았다.
이 대통령은 또 이르면 22일중 임채정 국회의장을 만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협조를 당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빠른 시일내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다른 야당 대표들과의 면담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울러 빠르면 22일 대국민담화를 발표, 쇠고기 파동에 대한 사과의 뜻을 표명하는 동시에 한미FTA 조기비준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넘버 원'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의 궤도수정 방침도 시사했다.
국민적 반대여론을 감안해 대운하를 추진하되, 여론의 저항이 적은 기존 `뱃길 정비' 부분부터 시작하고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연결 공사' 부분은 여론을 수렴하면서 계속 논의하는 이른바 단계별 추진방침을 내비친 것.
이 대통령이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소통을 역설하고 있는 것은 조각 파문에서부터 최근의 쇠고기 파동에 이르기까지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어난 일련의 논란들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다.
또 야당과의 대화부족이 국정지지도 하락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내부 진단도 이 대통령의 소통행보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취임 100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현재 2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다 지금의 민심이반 현상을 방치할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배어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선 겸손한 자세와 섬기는 리더십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다시 회복해야만 현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은 소통의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 국민과의 `눈높이 맞추기'를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고 국민이 알아듣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만큼 국민의 입장에 서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것을 내각에 당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한 연령대별 맞춤형 홍보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통이 없으면 신뢰회복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이 대통령이 소통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청와대 참모들과 내각도 이런 소통의 정신을 제대로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