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분식집이나 슈퍼 등에 대해서도 엉뚱하게 관허사업을 제한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인·허가업종이 신고업으로 대폭 전환됐는데도 관허사업 제한 대상 업종에 대한 별도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관허사업 제한은 정부의 허가·면허·등록 등이 사업자가 세금을 제대로 내도록 체납 등의 경우 사업을 제한시키는 것으로, 단순신고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분식집이나 간이음식점 그리고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슈퍼 등 소매업은 관허사업과 무관하다.
특히 국세징수법에서 신용정보의 제공과 출국규제 또는 고액체납자명단공개 등의 경우와는 달리 관허사업 제한과 관련해선 금액요건을 정하지 않아, 국세청이 500만원 미만 소액체납 3438건에 대해 사업정지 또는 허가취소 등 관허사업을 제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3일 "납세자의 사업활동 정지나 허가취소로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납세자에게는 매우 큰 제약"이라며 "그러나 국세청은 대상업종 및 체납금액 등에 대한 세부기준 없이 신고업종 및 소액체납자까지 관허사업제한을 요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에서 신고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인쇄업을 하는 A씨는 2005년 6월부터 1년도 안돼 국세를 5회 체납했다는 이유로 관할 세무서로부터 관허사업 제한대상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2년동안 신고업종 776개를 관허사업 제한대상으로 선정
감사원은 "전국 74개 세무서가 2005년부터 2년 사이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는 인쇄사나 출판사 등 신고업종 776개 업체를 관허사업 제한대상으로 선정하고, 그 중 476개 업체에 대해 관허사업 제한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또 34개 세무서는 인·허가는 물론 신고나 등록의무도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유업에 해당하는 금형이나 의복 등 제조업, 또 슈퍼 등 소매업체 129개 업체를 관허사업 제한대상 업체로 선정하고 그 중 46개 업체에 대한 관허사업 제한을 요구했다는 것.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를 체납했더라도 무조건 관허사업제한 요구대상으로 선정할 것이 아니라, 체납금액을 고려해 일정금액 이상을 체납한 경우만 관허사업제한을 요구하도록 국세징수법 등에 관허사업제한 기준금액을 정해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 감사원이 2005년부터 2년간 국세청이 관허사업 제한을 요구한 실적을 금액대별로 분석한 결과, 500만원 미만을 체납하고 있던 자에 대해 요구한 것이 3438건으로 전체 요구 건수 1만2931건의 26.6%에 이르고 있었다.
감사원은 "국세청은 100만원 미만 체납자에게 요구한 건이 518건에 이르는 등 소액체납자도 무차별적으로 사업정지 또는 허가취소를 요구하고 있었다"며 "일정금액 이상의 체납자만 관허사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기준금액을 정할 것을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관허사업 제한대상 선정하고 제한요구 안하고…폐업후 제한요구도
관허사업제한 대상자로 선정하고도 주무관서에 제한요구를 하지 않거나, 폐업 후에야 관허사업 제한대상 업체로 선정해 제한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많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국 107개 세무서가 지난 2005년부터 2년6개월간 관허사업 제한 대상업체로 선정한 업체는 3만6027건의 체납과 관련된 2만9491개 업체.
그러나 감사원이 각 세무서에서 지방자치단체 등 주무관서에 관허사업 제한요구 건수를 확인한 결과 관허사업 제한 대상으로 선정한 2만9491개 업체 중 절반도 안되는 1만3235개 업체(44.8%)만 실제 관허사업 제한 요구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충북 진천군에서 유흥주점을 하는 A씨는 10회에 걸쳐 국세 960만원을 체납했다는 사유로 관허사업 제한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진천군에 제한요구를 하지 않아 영업을 계속하는 등 8151개 업체가 체납·결손액 6694억원을 내지 않은 채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인천 서구에서 부가가치세 등 21건에서 4억9500만원을 체납한 B씨에 대해 국세청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유흥주점이 폐업한지 45일이 지난 후에야 관허사업 제한대상 업체로 선정, 구청장에게 관허사업 제한을 요구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2005년부터 2년간 전국 49개 세무서에서 121개 업체에 대해 폐업한 후에 관허사업 제한 조치가 이뤄졌다"며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세청장에게 각 세무서의 관허사업 제한 업무를 철저히 지도·감독하라고 주의했다"고 밝혔다.
관허사업 제한대상 업체로 선정해 통보한 후 주무관서의 조치실태를 전혀 확인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 부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 세무서는 2005년부터 2년6월 동안 238건의 관허사업 제한을 요구하고 1건의 회신도 받지 않는 등 전국 107개 세무서에서 실제 관허사업 제한을 요구한 총 1만4876건의 5.1%인 758건만 회신을 받고 나머지 1만4118건은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주무관서의 조치이행이 저조한 이유는 세무서가 이미 폐업한 업체나 별도의 허가 등이 필요 없는 신고업종 및 자유업종까지 제한을 요구한 것도 원인"이라며 "국세청은 관허사업 제한요구에 대한 조치 이행률이 저조한 사유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