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마지막이라 할 5월 임시국회가 23일 통합민주당 등 야 3당만이 참석한 가운데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투표를 진행했으나 부결이라는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며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이 이날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 오는 26일부터 17대 국회 임기 마지막날인 29일까지 임시국회를 다시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는 물론 일체의 의사일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의미를 두긴 어렵다.
통합민주당은 여당이었던 노무현 정권 때 체결한 한미FTA의 비준동의안에 대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무산시켰고, 한나라당도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7대 국회는 어느 국회보다 여야간 대립이 첨예했다. 임기 첫 해인 2004년 12월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신문법 등 소위 `4대 개혁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것을 필두로 본회의장에서 줄곧 대치했다. 후반기에도 국민연금법, 사학법, 로스쿨법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여야간 대립은 더 심화됐다.
17대 마지막 임시국회도 마찬가지였다.
여권은 FTA 비준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도 야당 설득에 전력하기 보다 친박(친 박근혜) 복당 문제에 발목이 잡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 시절 체결한 FTA를 마무리하기 위한 비준안임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재협상만을 내세움으로써 스스로 입장을 뒤집는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욱이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긴 열었지만 총선 낙선자들이나 당선자들 모두 제대로 상임위 활동을 하지 않는 `레임덕 국회'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여야간 대립은 마지막 본회의로까지 이어졌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노당 등 야3당이 제출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하는 파행이 빚어진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투표시간 연장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대립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민 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은 선거 모드에서 벗어나 여당으로서 대야 정치를 복원했어야 했는데 당내 문제에 골몰해 이에 실패했다"며 "민주당은 대선.총선을 통해 국민 지지가 한나라당에 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FTA협정을 이번 임시국회 내에 마무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