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6.4 재.보궐선거에 정치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당선 무효 등으로 공석이 된 기초단체장 9명과 광역.기초의원 42명을 뽑는 '미니선거'이지만 그 결과에서 '쇠고기 정국' 민심의 현주소와 국정운영의 성적이 가늠되는 한편 18대 국회 초반 정국 주도권의 향배가 달려있다는 판단에서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들은 정권 중간심판론을 내세우며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나면서 판세가 악화되는 추이에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 재보선이 국회의원이 아닌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을 뽑는 미니선거라는 점에서 애써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6곳, 광역의원 25곳, 기초의원 11곳 등 모두 42곳에 후보를 냈지만 중앙당이 직접 지원에 나서는 대신 시도당 위주로 선거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이 쇠고기 고시 강행에 따른 성난 민심을 바탕으로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 자칫 선거에 개입했다가 참패할 경우 안게 될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치러지는 데다 `쇠고기 고시' 강행에 따른 민심 악화로 어떤 식으로든 재보선 결과가 현 정부의 취임 초 중간평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을 갖고있다.
실제로 쇠고기 고시 발표 이후 국민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전반적인 재보선 판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자체 분석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쇠고기 고시 발표 이전에는 후보를 낸 6곳 중에서 경남 남해를 제외하고는 5곳 모두 우세지역으로 분류됐지만, 이후 서울 강동과 인천 서구가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25명의 후보를 낸 광역의원 선거도 쇠고기 고시 발표 전인 지난 24일까지 우세 5곳, 초경합 3곳, 백중 열세 3곳, 열세 13곳이었다가 최근에는 우세와 초경합 지역에서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에서는 최근 들끓는 민심이 촛불시위로 타오르면서 재보선 참패를 예상하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류측 핵심 의원은 "민심의 흐름을 보면 이번 재보선은 참패가 확실시된다"면서 "참패할 경우 당 내에서 `쇄신론'이 봇물터지듯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이번 재선거는 지역에서 일하는 일꾼을 선출하는 것일 뿐 야당이 `중간평가론'을 내세우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 = 민주당은 이명박 청부 출범 100일에 치러지는 재보선이 쇠고기 파동으로 상징되는 국정운영의 총체적 난맥상에 대한 '민의의 심판대'가 되기를 기대하며 잔뜩 벼르고 있다.
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수도권 단체장 선거에서 선거초반 한나라당 후보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것이 자체 여론조사 등을 통해 확인되자, 기대가 현실로 바뀔 수도 있다고 보고 당 지도부가 나서 수도권 공략에 막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 강동구청장과 인천 서구청장, 경기 포천시장 등 수도권 선거구가 당초 한나라당 우세지역이었지만 이 가운데 서울 강동구와 인천 서구는 쇠고기 파동 이후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고 주장했다.
또 텃밭인 전남 영광군수의 경우는 무소속 후보들을 제치고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토요일인 31일 서울 강동구와 인천 서구를 잇따라 찾아 지원유세를 벌이고 정권심판과 자당 후보에 대한 막판 지지를 호소한 것도 수도권의 승리가 쇠고기 정국에서 '민의의 심판'이라는 상징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 5곳, 광역의원 20곳, 기초의원 9곳 등 모두 34곳에 후보를 냈다.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는 수도권 일부 지역 외에 전체적으로 열세라는 판단이어서 중앙당의 선거지원을 자제한 채 지역 차원에 대응을 맡기고 있다.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의 열세 양상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민주당의 자체 판단이다.
또 수도권 단체장 재보선의 경우도 투표율이 떨어지고 조직이 밑바닥 표를 훑는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한나라당에 모두 승리를 내줄 수 있다는 점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30일 발표한 논평에서 "국민을 무시하고 배신한 한나라당에 반드시 옐로카드가 필요하다"며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정권에 따끔한 맛을 보여달라"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자유선진당은 기초단체장 2곳을 비롯 11곳에서 후보를 냈고 충청권과 수도권의 10곳에서 승리한다는 목표이며, 8명의 후보를 낸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문제를 비롯한 민생을 외면했다는 심판론을 내세우며 창원 등지의 기초의원 선거 승리에 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