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08∼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
김종일 교수 "성장률에 맞춰 모든 경제정책 운영해서는 안돼"
부작용 우려…90년대 과도한 성장은 외환위기로 연결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감세 및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모든 경제정책을 성장률에 맞춰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총괄·총량 분야)`에서 김종일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완화와 감세도 자체적인 논리가 있기 때문에 그 자체 논리에 따라 이를 추진해야 한다"며 "경제성장률에 맞춰 감세와 규제완화 등 모든 경제정책을 운영해 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 "단순 경제모형에서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이 성장률을 높인다는 분석은 있다"며 "만약 감세와 규제완화를 자체적인 논리에 따라 추진하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더불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7% 경제성장률 달성 목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잠재성장률을 4%대 정도로 보고 있는데 90년대가 6%대였다"며 "90년대 성장률이 좀 과도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도한 성장률이 외환위기로 연결된 부분이 있다"며 "과도하게 투자됐고, 이를 유지하지 못해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이 경제정책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쪽에 편중되면 성장률이 올라갈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석태 한국 시티은행 이코노미스트도 "경제정책을 성장률 중심으로 이끌고 가면 자칫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며 "향후 2~3년 동안 세계 경제 상황도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국가들도 성장보다는 안정을 중시할 듯 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성장도 중요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더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며 "감세를 하면 세수가 줄어들게 되는데 재정지출 부분은 어떻게 줄일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투자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투자율이 28% 정도되는데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높은 편"이라며 "감세와 규제완화 등을 통한 투자 활성화는 대기업 위주"라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투자율 추이를 보면 대기업의 투자율도 떨어지기는 했지만 중소기업이 거의 안 되고 있다"며 "이같은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투자가 과연 늘어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개발(R&D) 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정도 규모 국가의 R&D 투자가 GDP의 3%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R&D의 효율성이 문제되고 있는데 R&D에 재정적 지원을 높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