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전 우리금융회장이 청와대 경제수석에 취임함에 따라 메가뱅크 방안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초 메가뱅크 방안은 박병원 전 우리금융회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감했지만 주관부처 수장인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반대로 사실상 사장됐다.
24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박병원 수석이 등장하면서 산업은행.우리금융.기업은행을 하나로 묶는 메가뱅크 방안에 다시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수석은 우리금융회장 재직 중인 올 1월에 3개 은행을 통합 매각하는 메가뱅크 방안을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당시 박 수석은 "은행 민영화는 공적자금 회수와 세계적인 수준의 금융기관 탄생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방침만 정해주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대우증권을 인수하겠다"고 정부에 제의한 바 있다. 박 수석은 또 "산은지주회사를 통한 민영화는 장시간이 필요하다"며 "메가뱅크 안이 국책은행을 가장 신속하게 민영화하고 조기에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세간에는 박 수석이 메가뱅크안을 처음으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1개의 대형은행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챔피언뱅크를 제안했었다. 강 장관은 3월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아시아 10대 은행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챔피언뱅크 제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금융지주의 자산은 287조원, 산업은행은 123조원, 기업은행은 124조원으로 챔피언뱅크안이 실현될 경우 세계 30위권, 자산규모 500조원 대의 초대형 금융회사가 탄생한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금융공기업을 묶어 팔 경우 민영화가 지연되는 문제가 있고 3개 국책 금융회사가 합쳐질 경우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커지게 되는 데, 이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인 '작은 정부, 큰 시장'과 배치된다"고 말하며 메가뱅크안을 일축했다.
이들의 의견이 대립했지만 결과는 전 위원장의 뜻대로 됐다. 박 수석은 당시 민간금융기관장에 불과했고 산은 민영화는 금융위 소관사항이어서 강 장관의 개입 여지가 좁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박 수석이 국책은행 민영화 방안에 충분히 개입할 수 있는 위치가 됐고 강 장관은 여전히 지원사격이 가능하다. 즉 박 수석이 등장함에 따라 시소가 균형을 맞추거나 반대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메가뱅크에 대한 박 수석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산은 민영화 방안은 일단 정해진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박 수석이 우리금융회장일 때와 청와대 경제수석일 때 입장이 같다는 보장이 없고 현 상황에서 최우선 과제가 물가 쪽에 가 있다는 점에서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