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수 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의 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공제회가 투자했던 코스닥 상장사 P사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 그 자금이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됨에 따라 '로비의 실체'가 얼마나 밝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구본진 부장검사)는 김 전 이사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던 중 P사가 다른 코스닥 상장사 3∼4곳의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매수 대상 기업의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찾아냈다.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조성된 비자금은 여러 경로를 거쳐 P사 자회사였던 N사 대표 허모씨에게로 흘러간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는 김 전 이사장이 공제회 재직 때 P사 주식을 사도록 권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검찰은 P사가 허씨를 통해 김 전 이사장에게 리베이트를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연결고리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또 허씨가 대표로 있는 N사가 벤처업계의 거물이었던 장모 씨가 갖고 있는 T사의 계열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2005년 10월 P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유력 인사들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P사는 장씨가 대주주인 N사를 127억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인수자금 가운데 1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 대거 참여한 법조계. 벤처ㆍ금융업계 인사들은 이후 P사가 유명 여배우가 관련된 회사를 인수하며 주가가 폭등한 덕에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겼었다.
비슷한 시기에 김 전 이사장도 딸 등 친ㆍ인척 이름으로 P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되팔아 6억원을 벌어들였다고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T사의 분식회계가 적발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액의 자금이 필요했던 장 씨를 돕기 위해 P사가 공제회 및 여러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호재성 내부자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P사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P사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이미 확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 범위가 넓어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김 전 이사장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철환 영장전담 판사는 "피의자가 다퉈볼 여지가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이사장은 공제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6년 2월 P사 측으로부터 직ㆍ간접적인 주식 매입 청탁을 받고 공제회 기금으로 P사 주식 93억원 어치를 매입했다가 주가가 폭락해 13억원만 회수함으로써 공제회에 8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