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신고 성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적·실증적 근거 '無'
세무대리인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외부세무조정'을 강제화 한 현행 제도는 위헌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국세청의 현직 법무담당 간부로부터 제기돼 관심이 모아진다.
외부세무조정은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납세자들의 세금신고 성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적·실증적 근거도 없고 비용 부담자가 납세자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부실신고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조성훈 서울지방국세청 법무1과1계장(서기관)은 14일 한 월간지 기고문을 통해 "말로만 하는 (납세자에 대한)친절과 공손을 떠나 법과 제도를 실질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현행법상 외부세무조정 강제조항은 즉시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 서기관에 따르면 현행법상 매출이 일정규모 이상인 개인과 법인은 소득·법인세 신고시 세무사나 공인회계사 등이 작성하는 '외부세무조정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하지 않으면 무신고로 간주, 가산세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조 서기관은 "세무조정은 단순한 사실행위로 법인세나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한 내부적 계산과정일 뿐"이라며 "세무조정계산서가 정확해도 조정대상이 된 기업회계 장부가 부실하다면 그 세무신고는 성실신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무사 또는 공인회계사가 작성한 세무조정계산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해당 기업이 세금을 정확하게 계산해 신고납부했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조 서기관의 주장이다.
조 서기관은 특히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정확한 조정 또는 성실한 납세'라는 명목으로 외부세무조정 강제대상 납세자를 국세청장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세법조항들을 위헌소지가 의심되는 조항으로 꼽았다.
□ 외부세무조정 강제제도-"평등권·재산권·인격권 침해" = 조 서기관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를 기준으로 외부세무조정 강제제도를 검토하면 외부세무조정 강제제도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해 평등권과 재산권,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이 규정한 '자기책임의 원리'에 비춰볼 때 신고납세제도에서는 납세자가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불성실한 신고를 했을 경우 납세자에게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
그러나 외부세무조정 강제규정은 국세청장이 지정한 납세자는 외부세무조정을 해야 신고로 인정된다고 규정, 납세자로부터 스스로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셈이 된다는 것.
조 서기관은 "불성실한 세무신고를 할 것이라 국세청장이 의심하기만 하면 납세자는 외부세무조정 강제대상으로 될 수 있다"며 "국세청장으로부터 의심받으면 성실한 신고를 하려는 납세자도 스스로 세무신고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외부세무조정 강제규정은 책임을 부담시킬 어떠한 사유도 없는 성실한 납세자에게 신고능력 박탈이라는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조 서기관은 "이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서기관은 "세무신고는 납세자의 일이고 그 신고를 검토하는 것은 국가의 일"이라고 전제한 뒤 "납세자의 불성실신고가 확인되면 국세청장이 세법상 제재를 부과해 성실신고를 유도하면 되는데도 국세청장 자신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일을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무대리인이 신고를 대리한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성실신고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고 볼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조 서기관은 강조했다.
조 서기관은 또 "외부세무조정 강제규정은 국세청장이 우려하는 납세자에 대해서만 자기책임 원칙에 반하는 외부세무조정을 강제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대상 납세자는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세무사의 용역을 구매해야 하므로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국민의 기본의무조차(납세의무)스스로 이행할 수 없게 되어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외부세무조정 강제-납세자를 '착취대상화'하는 것"= 조 서기관은 "외부세무조정 강제제도는 단순히 세무대리인의 수입확보를 위한 제도"라며 "이 제도가 신고성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적, 실증적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조 서기관은 이어 "사인(私人)인 세무대리인이 납세자의 입장보다는 국가의 입장을 더 대변할 것이라는 근거도 없으며 더구나 비용부담자가 납세자이므로 세무대리인은 국가의 이익보다는 고객확보를 위해 성실신고보다는 부실신고를 유도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납세자도 외부세무조정의 추가적 비용을 고려해 세무대리인에게 불성실신고를 원할 수 있어 외부조정강제는 성실신고를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조 서기관은 주장했다.
조 서기관은 "국가는 납세자에게 더욱 겸손하고 공손해야 한다. 국민의 기본적 의무조차 스스로 이행할 수 없게 만들어 부당한 지출을 강요하는 것은 납세자를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조 서기관은 "말로만 하는 친절과 공손을 떠나 법과 제도를 실질적으로 납세자에게 봉사하고 납세자를 존중하도록 바꿔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외부세무조정 강제조항은 즉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