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한국씨티은행 "지급보증 안받는다"
대부분 은행들이 정부와 대외채무 지급 보증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정부는 은행들의 대외채무에 대해 1천억 달러까지 지급 보증을 해주는 대신 은행들이 경영간섭을 받을 수 있도록 MOU를 맺을 것을 요구했었다.
은행들은 그러나 MOU를 체결하더라도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 대신 가급적 자력으로 해외차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16개 은행 MOU 세부 이행 계획서 제출
11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급보증 대상 은행인 18개 은행 가운데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2곳을 제외한 16개 은행이 10일까지 MOU 세부 이행 계획서를 제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지급보증을 안 받겠다고 밝혔지만 실물경제 지원과 관련해서는 MOU를 맺을 것으로 안다"며 "오는 14일 은행들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지급 보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연봉삭감 등의 자구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중소기업 대출 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현재로서는 입장을 밝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16개 은행은 이행 계획안에 ▲은행장 등 임원 연봉 삭감과 스톡옵션 축소 ▲정부의 대지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구노력 ▲자본확충 계획 ▲중기대출 확대와 가계대출 부담 완화 계획 등을 담았다.
국민은행은 지주회사 회장, 사장, 은행장은 연봉 20%, 나머지 임원은 10%를 삭감하겠다고 제출했다. 신한은행은 스톡옵션을 포함한 임원 급여 삭감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며 배당과 관련해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2%, 기본자본 8%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적정 배당을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스톡옵션 축소 등은 지주회사의 주주 총회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좀 더 논의를 거쳐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임원 급여를 10% 반납하겠다고 밝혔으며 배당의 경우 가급적 줄이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 "지급보증 대신 가급적 자력조달"
은행들은 정부와 MOU를 체결하겠지만 실제 지급보증 신청은 될 수 있는대로 억제하고 자력으로 외화를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겠다고 대외적으로 밝힌 만큼 어느 정도 `보증의 효과'는 이미 거둔 데다 지급보증을 받으려면 지급보증료를 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다 하더라도 차입 금리가 많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지급보증료를 내게 되면 결국 높은 금리로 차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무엇보다 경영간섭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가장 걱정스러워하고 있다.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으면 임원 봉급삭감 등 비용절감과 함께 실물경제 유동성 지원 의무를 지게 된다. 금감원의 점검 결과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보증 수수료 인상, 임원제재, 보증채무에 대한 담보제공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은행들은 MOU를 체결하더라도 실제 지급보증을 받지 않으면 MOU를 이행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지급보증을 받지 않으면 MOU 이행사항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지급보증 관련 제재(보증한도 축소 및 수수료 인상)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중기 지원 등의 시행을 준수하지 않으면 감독권을 통한 제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은행들은 최대한 자력으로 해외자금을 유치하되, 도저히 외화 차입이 불가능할 때만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지급보증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라며 "가능한 한 자체 신용도를 이용해 외화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아직까지 글로벌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어 지급보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외화자금시장 상황에 따르겠지만 상대방이 정부의 지급보증을 요청하면 지급보증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넘기더라도 외국은행들이 내년에도 문을 닫고 있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지급보증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지급보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