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단순한 실언…과도한 흔들기"
野, "헌재에 대한 명백한 '압력'…강 장관 사퇴해야"
헌법재판소가 13일 오후 2시 종합부동산세 위헌여부에 대한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인 가운데 국회은 이 날 오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접촉 발언과 관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 검증작업을 벌였다.
이 날 회의에서도 여·야는 강 장관의 헌재접촉 발언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야당의원들이 강 장관 발언의 부적절성을 강조하며 강 장관을 흔들면 여당 의원들이 나서서 강 장관을 옹호하는 식의 공방이 재연됐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10월에만 기획재정부 공직자들이 헌재를 4차례나 방문했다"며 "채권추심할 때 매일 같이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압력이다. 한 사안을 두고 헌재를 4번씩이나 찾아간 것은 압력이나 마찬가지이며 사법부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헌재 판결이 다행히 사회적 요구에 맞는 의견이 나올 것을 기대하지만, 만약 강 장관의 말대로 일부위헌판결이 날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의원은 이어 강 장관의 사퇴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오 의원은 "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제장관의 리더쉽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리더쉽을 상실하고 국민신뢰를 잃은 강 장관은 즉각 사의 표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오 의원의 지적에 대해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재정부가 종부세 폐지를 위해 헌재를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국회에 제출하면 되는데 정부가 국회 입법과정의 복잡성을 이유로 헌재의 위헌판결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강 장관을 감싸고 돌았다. 여당 의원들은 강 장관의 단순한 실언임에도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청문회를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강 장관의 발언이 헌재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진상조사위원회까지 만들어 활동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도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고 청문회의 취지도 종부세 찬반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재경 의원도 "재정부가 헌재 예산편성을 빌미로 결정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헌재 예산을 보면 인건비 외엔 거의 없어 압박할 여지가 없다"며 "또한 재정부가 헌재보다 우위에 있을 권한도 없고 헌재 재판관들은 재정부 세제실장 의견에 영향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손범규 의원도 강 장관을 감쌌다. 손 의원은 "정권교체 이후 정책에 대한 행정부의 의견이 바뀌었고 이 경위를 헌재에 설명하러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며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실무자들이 충분히 만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장관은 이 날 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의 사과요청을 받고 "헌재 재판과 관련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헌재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