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급 이상 고위직, 조사공무원 '타깃'…비위정보 수집
감찰 위의 감찰…옥상옥(屋上屋) 논란 재연될 가능성
국세청이 고위직 및 조사분야 종사직원들의 비리행위 근절을 위해 다시 한번 '칼'을 빼들었다. 잊혀질 만 하면 한 번씩 터져 나와 국세청 신뢰도에 먹칠을 하는 금품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국세청은 20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어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을 다짐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국세청은 서장급 이상 고위직과 조사분야 종사직원의 비리근절을 위해 '비위정보수집 전담팀'을 편성.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략적인 방침만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조직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비리행위에 대한 대응강도를 한 층 '강화'하겠다는 국세청의 의지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모습이다.
□ 비위정보수집 전담팀 설치…'비리' 강도 높게 대응= 비위정보수집 전담팀의 주요 업무는 서장급 이상(4급) 고위직과 지방국세청, 일선세무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사요원들에 대한 금품비리 등 비위정보 수집이다.
국세청은 전담팀을 활용한 비위정보 수집력을 극대화, 사전에 자체적인 비리행위 적발 가능성을 높인다는 복안. 다시 말해 깨끗한 조직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제 살을 깎아 내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인 셈이다.
비리행위에 연루된 조직원들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금품수수 관련 비위행위자는 중징계·형사고발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한편 아무리 소액이라도 금품수수와 연루된 직원은 조사분야 근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금품수수 '브로커' 역할(?)을 하는 세무대리인과 국세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납세자들에 대해서도 형사고발, 재조사 등 강력한 '페널티'를 가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방침이다.
□ 비위정보수집 전담팀…'특별감찰팀'의 재림= 국세청은 지난해에도 비위정보수집 전담팀과 성격이 유사한 조직을 운영한 적이 있다. 지금은 해체 됐지만 당시(2008년 1월) 국세청은 고위직 전담 감찰조직인 '특별감찰팀'을 설치.운영했었다.
특별감찰팀 구성 당시와 현재의 상황은 엇비슷하다.
특별감찰팀 구성 당시 국세청은 전군표 前국세청장의 뇌물비리로 커다란 혼란에 빠져 있던 상황이었다. 국세청의 자체적인 감찰레이더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던 세무서장급 이상 고위직들에 대한 감찰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
한상률 前국세청장이 창설한 특별감찰팀은 국세청장 직속 조직으로 만들어 4급 이상 간부들을 상시감찰할 수 있는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했다. 말 그대로 감찰의 '성역(聖域)'을 없앤 것.
비위정보수집 전담팀은 업무의 성격상 '2009년판 특별감찰팀'이나 다름없다. 다만 표면적으로 규정된 업무의 범위가 특별감찰팀(4급 이상 고위직)에 비해 광범위해졌다는(4급 이상 고위직, 조사분야 종사직원)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 '옥상옥' 논란 재연되나= 특별감찰팀 창설 당시 국세청 안팎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상당했다. '전시행정' 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쏟아졌다.
당시 국세청은 현실적인 감찰조직의 업무범위(5급 이하 직원 감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감찰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국무총리실 등 외부사정기관이 4급 이상 고위직들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옥상옥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운영됐던 특별감찰팀은 결국 7개월여 만에 소리 소문 없이 해체됐다.
그리고 특별감찰팀을 창설하고 성역 없는(?) 업무범위를 부여하는 등 고위직들이 연루된 비리행위 근절을 주창했던 한상률 前국세청장은 자신도 금품비리는 아니었지만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한 前국세청장의 불명예스런 낙마로 인해 국세청 일각에서는 특별감찰팀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수의 국세청 사람들은 한 前국세청장이 비리행위 차단이라는 근본적 목적보다는 고위간부들을 감시 및 겁주기 위해 특별감찰팀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 비위정보수집 전담팀, 어떤 역할 할까= 국세청 일각에서는 비위정보수집 전담팀 설치가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비리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혼재하고 있다.
비위정보수집 전담팀을 통해 사전에 비리행위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을(중징계.형사고발 등) 통해 비리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심어주는 예방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과거 특별감찰팀의 사례와 같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큰 일이 터질 때마다 고위직들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는 척하다가 흐지부지하는 것은 비리근절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