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 20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공직기강 확립 및 현안 업무 무결점 추진을 다짐하고 나섰습니다.
이 날 전국세무관서장회의는 예년과는 사뭇 달랐는데요. 이유는 국세청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당초 국세청은 전국세무관서장회의 개최를 기획하면서 새로운 국세청장이 임명되기를 은근 슬쩍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국세청장이 임명될 경우 즉각 회의 일정을 취소한다는 방침까지 세워두고 있었죠.
그러나 기대는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허병익 차장(국세청장 직무대행)의 주재 하에 전국세무관서장회의는 조용히 마무리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국세청장 부재기간은 꼬박 100일을 채우게 됩니다.
고도로 시스템화된 국세청의 세무행정 체계를 감안하면 굳이 최고 수장이 없더라도 큰 문제없이, 물 흐르듯 세무행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국세청장의 부재는 2만명 국세공무원들의 '심리적 측면', 즉 사기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국세청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전 공무원들이 가장 큰 바램은 역시 '승진'입니다. 그 동안 밤낮 없이 고생해가며 일해 조직에 기여하고 국가발전에 도움을 준 대가를 승진을 통해 보상받는 것이 공무원들의 가장 큰 바램이죠.
특히 국세청은 고위직보다 5급 이하 하위직 비중이 높은 조직입니다.
승진TO도 빡빡한데다 승진에 대한 열망이 높은 이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합니다. 사무관 승진은 하늘의 별 따기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수의 국세공무원들은 하위직으로 근무하다 사무관, 서기관으로 승진하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깁니다.
지금도 본청과 6개 지방청, 107개 일선 세무서의 국세공무원들은 '승진'을 꿈꾸며 하루 하루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그러나 정작 승진인사를 단행할 권한을 쥔 최고 인사권자인 국세청장이 장기간 부재함에 따라 국세공무원들은 요즘 일할 맛이 도통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많은 국세공무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국세청장이 부임,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승진인사라는 선물을 안겨주기를 바라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래야만 조직에 활력도 생기고 사기도 올라간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윤여표 식약청장이 식약청 직원들을 위해 흘린 '눈물'이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해서 소개할까 합니다.
윤 청장은 지난 4월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석상에서 '석면파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식약청 직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일하고 있다.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쏟았죠.
이를 보고 한 국세공무원이 국세청 내부 인트라넷에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식약청장님이 우셨답니다.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일하며 고생한다고 (국회의원들이)질책만 하지말고 격려도 해달라며 울었답니다. 청장님이 직원들 고생한다고 울었답니다. 우리는 울어줄 청장님도 없는데....(중략) 요사이 국민들한테 욕먹는 식약청 직원들이지만 나는 그래도 식약청 직원들이 부럽습니다."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근로장려금 신청을 비롯해 일상적인 체납 정리 업무 등 국세공무원들은 요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식약청 직원들 만큼이나 밤낮 없이 묵묵히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고생하는 국세공무원들을 격려 해주고 달래줄 국세청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 언제 올지도 모릅니다.
국세공무원들은 지금 단순히 국회의원의 질타에 눈물을 흘려줄(?) 청장을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과중한 업무에 고생하는 국세공무원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고생한 직원들에게 승진이라는 보상을 내려줄 국세청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국세공무원들의 이 같은 기다림이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