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범처벌법…신체형(징역형)↓ 재산형(벌금형)↑
상습적 탈세자 '가중처벌'…고액 탈세 법인 공소시효 연장
500만원 이하 뇌물수수 세무공무원, 뇌물제공자 과태료 '폭탄'
지난 1951년 제정된 이후 부분적 보완에 그쳐 그 동안의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구닥다리' 조세범처벌법이 반(半)백년만에 '리모델링' 된다.
법 적용의 실효성, '신종 조세범죄 유형'에 대한 대응강화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2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09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재정부는 현행 조세범처벌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해 성실신고 유도를 위한 법적 안전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 사회 전반에 탈세 등 조세범죄가 만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조세범처벌법 운용이 부진했다"라며 "이번 개정을 통해 조세범처벌의 실효성을 제고,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할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 '구닥다리' 조세범처벌법 리모델링= 재정부는 현행 조세범처벌법과 관련해 형량이 과도, 법을 엄격히 적용시 전과자가 양산되는 부작용이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법 적용의 실효성과 연계되는 문제로 사법부의 소극적 법 적용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
또한 탈세유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소득 전문직 및 자영업자 등의 조세범죄 및 신종범죄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한 문제점이 있고 현재는 처벌이 필요 없는 범죄유형이 여전히 법에 명시,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하고 있다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재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조세범처벌법을 현대화한다는 방침.
양형규정의 경우 신체형(징역형)을 낮추는 대신 재산형(벌금형)을 강화하고 벌금형 중에서도 행정질서범 성격은 과태료로 전환해, 소위 '별(전과자)'을 다는 비율을 억제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개정 방향이다.
현행 양형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통해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를 부당 환급·공제 받는 자에 대해서는 최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최고 5배(간접세) 이하의 벌금형을(연간 포탈세액 5억원 이상인 경우 특가법 가중처벌)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재정부는 기본적인 형량(연간 포탈세액 5억원 미만)은 낮추되 획일적인 양형 적용에서 벗어나 상습·고액탈세범에 대해서는 조세포탈 상습성 정도, 포탈세액 규모, 납부세액 대비 포탈세액 비율 등에 따라 양형의 강도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조세범에 대한 기본형량을 현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5배 이하 벌금형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 2배 이하 벌금형으로 낮추고, '자수'를 할 경우 형량의 1/2를 감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포탈세액 3억원 이상, 납부세액 대비 포탈세액 비율이 30% 이상이거나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 3배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상습범'으로 판정될 경우 가중처벌(1/2)하는 방향으로 양형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 신종 조세범죄 '처벌규정' 신설= 최근 뜨고 있는 가짜 휘발유 제조·판매, 면세유 부정유통, 가짜 주류 제조·판매 등 신종 범죄유형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재정부는 조세범처벌법에 이들 범죄유형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특히 유사석유제품 제조자와 판매자를 구분해 제조자는 포탈세액에 관계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5배 이하 벌금, 판매자는 판매가액의 3배 이하 과태료 부과(형법 처벌시 과태료 부과 제외)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면세유를 부정유통한 주유소업자와 선박소유주 등은 포탈세액에 상관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 5배 이하 벌금으로 다스릴 수 있도록 하고 가짜 주류 제조·판매자는 벌금액을 현행 3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재정부는 법인의 고액 탈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특가법 적용대상인 법인의 범죄에 대해 조세범처벌법상 공소시효를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현재는 법인 고액탈세범죄의 경우 하위실무자들이 특가법 적용으로 가중처벌되고 10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는데 반해 법인은 조세범처벌법만 적용되고 5년의 공소시효만 적용, 범죄발생 후 5년 경과시 법인에 대한 처벌이 어려워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다.
또한 재정부는 경제환경 변화로 처벌 실익이 없어진 ▲체납죄 ▲결손금과다계상죄 등을 폐지하고 뇌물수수·공여행위 처벌 등을 신설할 계획이다.
□ 뇌물 받은 세무공무원, 뇌물 제공자 과태료 '폭탄'= 재정부는 현행 조세범처벌법을 개정, 뇌물을 받은 세무공무원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뇌물을 받은 세무공무원 뿐만 아니라 뇌물을 쥐어준(공여자) 사람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재정부는 세무공무원이 500만원 이하의 소액뇌물을 받을 경우 수수자와 공여자 쌍방에게 해당 뇌물액의 10배 이하 과태료를 국세청장이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키로 했다.
다만 형법 등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예외가 설정된다.
세무대리인의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계획이다.
재정부는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의 탈세조장·지시행위에 대해 현행 5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1000만원 이하로 상향조정하고 이들이 자료상 범죄에 개입했을 경우에는 가중처벌(1/2)하도록 처벌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